[앵커]
북한과 러시아의 정상회담 소식, 외교부 출입하는 김형준 기자와 좀더 알아보겠습니다. 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가 새로 만들어진 곳이라는데 어떤 상징성이 있습니까?
[기자]
쉽게 말씀드리면 북한과 러시아의 우주 로켓, 다시 말해 미사일과 위성 관련 협력을 상징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냉전 시대 소련은 로켓 발사장 겸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기지로 카자흐스탄에 있는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를 주로 썼는데요, 문제는 소련이 붕괴하면서 카자흐스탄이 독립하게 되자 이 기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몇 년 전에 새로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이 오늘 언급한 내용을 보면 기자들이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것이냐고 묻자 "그래서 우리가 여기 왔다"면서 "김 위원장은 로켓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우수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방금 전 러시아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이 우주기지에서 발사장 시설을 둘러보고, 로켓 자체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직접 질문을 하는 등 상당히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고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이 지난 두 번의 발사에서 로켓에 이상이 생겨서 실패했던 정찰위성 관련 기술을 이전받으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로켓과 탄도미사일 기술은 제가 계속 말씀드리지만 공통점이 많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고요.
[앵커]
그렇군요. 북한이 이번 김정은 위원장 러시아행에 대해서 '전략적 중요성', 이런 표현 썼거든요. 이거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기자]
오늘 아침 노동신문 보도를 보니까 김 위원장이 러시아 국경지대 하산역에 도착한 자리에서 러시아 당국자들을 만나서 "4년만에 러시아를 방문한 것이 북러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노동)당과 정부의 중시 입장을 보여주는 뚜렷한 표현이다", 이렇게 언급을 했습니다.
근데 정찰위성 사업은 2021년 초 8차 노동당 대회에서 김 위원장이 언급했던 국방력 발전 5대 중점 목표 중 하나예요. 그러니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발전을 꾀할 것으로 보이죠.
물론 우리 입장에선 좋은 일이라고 보기는 당연히 어렵습니다. 원래 인공위성 관련 기술은 첨단 과학의 집합체예요. 우주 기술이 다 그렇습니다. 이런 기술이 북한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는 바꿔 말해 북한의 다른 군사나 과학 기술도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됩니다.
이미 북한의 ICBM에 쓰이는 백두산 엔진이 구 소련의 RD-250 엔진을 자체적으로 복제·개량해서 만든 것처럼 러시아 군사기술이 북한에 흘러들어간 전례가 있어요. 그러니까 또 다른 기술이 북한에 들어가면 우리에게는 위협이 되기도 그만큼 쉽습니다.
또 우연의 일치로 보이긴 하지만 이 기지 근처에 스보보드니라고 하는 작은 도시가 하나 있는데 우리말로는 자유시라고 합니다.
[앵커]
얼마 전 홍범도 장군,
[기자]
관련해서 국방부가 문제삼았던 사건이 일어난 바로 그 곳입니다.
[앵커]
우연이겠죠, 이거는. 미국도 지금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악마의 거래'다, 이 정상회담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거든요. 근데 도대체 뭘 거래하길래 이런 '악마의 거래'라는 표현까지 썼을까요?
[기자]
일단 러시아가 뭘 원하는지, 그것부터가 문제인데 우크라이나 전쟁을 1년 반을 넘게 하다 보니까 일선에서 쓸 무기나 탄약이 많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외신 통해서 많이 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북한은 구 소련식 무기체계를 사용하기 때문에 러시아 무기랑 탄약이 호환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니까 북한이 전쟁을 대비해서 수십년간 비축해 왔던 포탄 같은 것들을 러시아가 공급받길 원하는 모양새입니다. 실제로 이미 북한제 탄약이 러시아로 향하다 탈취돼서 우크라이나군이 쓰는 모습이 발견된 사례도 있고, 북한이 러시아에 이런 무기 거래를 하려 한다는 걸 미국이 몇 번 공개한 적도 있었죠.
김정은 위원장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러시아와의 관계가 대외정책에서 최우선 과제"라면서 "러시아가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데 함께 할 것" 이렇게 얘기했는데, 이건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을 이른바 '탈나치화'라고 주장하면서 정당화하고 있는 러시아 논리와 궤를 같이하는 얘깁니다.
[앵커]
제국주의에 맞서 싸울 때 우리가 함께할 것이다, 이런 논리. 근데 지금 미국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신경쓰이는 게 또 있잖아요. 북한의 핵잠수함 기술 아닙니까. 얼마 전에도 저희 보도를 좀 드렸었는데 이 부분도 이번 회담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있습니까?
[기자]
북한은 북한대로 미사일하고 인공위성, 그 이외에도 최근 '전술핵공격잠수함'이라고 하는 김군옥 영웅함 진수식이라든가, 또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동해함대를 방문하기도 했죠. 이른바 '해군무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 김군옥 영웅함 진수식에서 재래식 잠수함에 핵무기를 탑재한 자칭 '핵잠수함'뿐만 아니라 원자로를 통해 움직이는 '핵추진잠수함', 그러니까 원자력 잠수함도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게 만만한 기술이 아닙니다. 기본 설계부터 시작해서 원자로 소형화 등등 난관이 사실 한두가지가 아니거든요.
물론 소련 시절부터 쭉 핵이나 원자력 기술 확산을 러시아가 막아 왔어요. 그러니까 그렇게까지 할지는 미지수이긴 한데, 북한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러한 잠수함 설계에 필요한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이전받고 싶어할 겁니다.
또 경제 분야 협력도 관건 중 하나인데 이번 수행원단에 보면 건설 분야를 담당하는 박훈 내각 부총리, 오수용 노동당 경제부장이 수행원에 포함됐기 때문에 외화벌이를 위해서 러시아에 노동자를 파견하는 문제도 회담에서 논의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과 군사, 기술 협력 논의 여부에 대해서 "우리는 서두르지 않고 모든 문제를 논의할 것" 이렇게 얘기했고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이번 회담이 무역, 경제적 유대, 문화 교류 등 양국간 협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한 부분이 그러한 점을 시사했다고 해석됩니다.
[앵커]
지금 말씀하신 것들이 당연히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는 것일 거 아닙니까? 근데 러시아가 이 제재 문제 우리가 논의할 수 있다, 이 가능성을 어제 먼저 얘기를 했거든요?
[기자]
네, 방금 말씀드린 페스코프 대변인이 어제 이번 회담과 관련해서 유엔 안보리 관련 사항도 논의 주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필요하다면 북한과 이 주제에 대해서 논의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미국의 경고에는 관심이 없고 중요한 건 북러 양국의 이익이라고 했는데요.
근데 최근 북한의 여러 도발에 대해 유엔 안보리에서 공개회의가 여러 차례 열렸는데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잖아요. 제재는 고사하고 공동성명조차 내기 어려운 게 안보리 현 주소입니다.
2017년하고 한 번 비교를 해 볼게요. 북한의 6차 핵실험과 ICBM 발사에 대해서 중국하고 러시아도 상임이사국으로서 제재에 찬성했단 말이예요. 근데 6년이 지난 현재, 추가 제재는 번번이 다 퇴짜 놓고 거의 대놓고 북한 편을 들고 있는 게 정세 변화를 실감케 합니다.
무기 거래 자체도 당연히 안보리 결의 위반이죠. 주러시아 대사를 지냈던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어제 YTN 뉴스라이브에 출연해서 이렇게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한러 관계는 한국 혼자 관리하는 게 아닙니다. 한러 관계는 러시아도 같이 관리해야 되는 거고요. 그래서 만약에 러시아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어떤 일정한 선을 넘는 협력을 북한하고 하면 그 또한 한러 관계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웃 국가로서 공개되거나 발표돼서는 안 되는 민감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고도 설명해 지금까지의 미국 중심 국제질서를 흔들겠다는 의도를 간접적으로 시사했다고 해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