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다 세웠다"? 잼버리 내내 헛발질한 김현숙…결국 교체

전북 새만금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현장에서 브리핑하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송승민 기자

전북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여러 잡음과 함께 사실상 대회가 조기 종료되는 파행을 겪었다. 잼버리 행사의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의 김현숙 장관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놓았다"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물자와 시설 부족을 겪던 잼버리는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하자 조기 종료됐다. 개영 7일 만이었다. 자신만만했던 김 장관의 태도와는 달리 태풍 대응은 결국 '조기종료'와 '대피'였다. CBS노컷뉴스가 지난해 10월부터 잼버리 종료까지 2차 개각에서 교체된 김 장관의 잼버리 관련 발언을 정리했다.

잼버리 시작 전 "태풍 대책 다 세웠다"

김 장관은 지난해 10월 2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국회의원이 "세계 잼버리 개막이 열 달 남았는데 잘 진행될 것 같냐"고 묻자, "물론이다. 저는 차질 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 있게 답했다. 이어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놓았다"며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김 장관은 2023년 3월 3일 잼버리 준비현황 브리핑에서는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지난달 23일 잼버리조직위 위원총회에서 행정안전부 장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를 공동조직위원장으로 추가 선임했다"면서 "향후 중앙부처, 지자체 등에서 우수 인력을 파견받고 민간 전문가도 확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태풍과 폭우에 대해 김 장관은 2023년 7월 20일 TV 인터뷰에 출연해서도 "만약에 너무 많은 폭우가 온다. 이번처럼 폭우가 너무 오거나 태풍이 왔을 때는 5만 명 이상 수용할 수 있도록 실내 보호소를 342개 이미 만들어서 대피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재난 대응 행동매뉴얼도 이미 만들어서 배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에게 확신에 찬 모습을 드러낸 김 장관이 과연 현장을 몇 번 방문했을지 확인해 보니 세 차례였다. 2022년 9월 21일, 2023년 4월 27일, 2023년 7월 24일이다.
 
김 장관은 마지막으로 현장을 찾은 다음날인 7월 25일 '잼버리 준비 완료 발표식'을 가졌다. 그는 "이번 새만금 세계잼버리는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 개최되는 가장 큰 규모의 국제행사로 K팝과 K푸드로 대표되는 K컬처의 위상을 드높이고 대한민국의 첨단과학기술을 알리는 좋은 기회"라며 "한류 잼버리이자 스마트 잼버리"라고 말했다. 문제의식은 없었다.

김 장관의 확신과 달리 당시 언론은 "찜통 아니면 진흙탕 잼버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보도하고 있었다.

곡소리에도 "빠르게 안정화"…"대책 있다"던 태풍에 비상대피

잼버리가 시작되자 화장실 청결 문제가 대두됐다. 이어 "샤워실이 너무 더러워서 씻을 수도 없다"는 민원이 빗발쳤다. 또 연이은 폭염에도 얼음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잼버리 현장에서 만난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과 성인 지도자들은 "제발 얼음물 한 병씩만이라도 공급해 달라"고 취재진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언론의 비판보도가 쏟아져 나오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8월 3일 "모든 부처가 전력을 다해 지원할 테니, 김 장관은 마지막 참가자가 안전하게 새만금을 떠날 때까지 총책임자로서 현장에 머무르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하라"고 김 장관에게 당부했다.
 
김 장관은 7일 잼버리 현장 정례 브리핑에서 "12일까지 진행되는 잼버리가 반환점을 돌았다"며 "민·관의 전폭적인 자원 보급으로 영지 상황이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잼버리 현장은 해결되지 않는 청결 문제와 다투고 있었다.
 
위생과 청결 문제로 앓던 잼버리는 "대책이 있다"던 태풍에 의해 완전히 꺾였다.
 
제6호 태풍 카눈의 한반도 상륙이 확실시되는 시점이었던 지난 8월 7일 김 장관은 태풍 대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세부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오후 브리핑에서 다시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에게 구체적인 태풍 대비 계획을 설명하지 못했다. 김 장관이 자랑했던 342개 대피소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돌연 김 장관은 같은 날 오후 브리핑에서 "카눈의 예보에 따라 잼버리 행사를 새만금보다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다"며 "정부는 만전을 기하기 위해 비상 대비 계획을 마련했다"고 잼버리 숙영을 끝냈다.
 

"위생·청결 부족"…"한국의 역량 보여주는 시점"?

비상대피 준비가 한창이던 8일 오전 브리핑에서 취재진은 "사실상 새만금 잼버리가 잡음과 파행을 겪어 왔다"며 "여러 문제 중 장관이 생각하기에 파행을 겪은 한 가지 이유는 뭔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가장 크게 세계 (스카우트) 연맹이 제시한 부분은 위생 문제였다"며 "화장실 위생이나 청결 문제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잼버리가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고 기자가 묻자 김 장관은 "지금은 오히려 위기 대응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그런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는) 오히려 대한민국이 가진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장관 신축시설 숙박 보도…변명하기 바쁜 장관

잼버리가 끝나고도 김 장관의 구설수는 끊이지 않았다. CBS노컷뉴스는 지난 18일 "[단독]벌레 뜯겨가며 잠든 잼버리…장관은 신식 국립공원 숙소서"를 보도했다. 이 기사를 통해 CBS노컷뉴스는 "김 장관은 '총책임자로서 현장에 머무르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하라'는 한덕수 총리의 지시에도 숙영지를 벗어나 20㎞ 떨어진 국립공원공단의 변산반도생태탐방원에서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보도 설명자료를 내고 "당시 김 장관은 숙영을 검토했으나 신변을 위협하는 협박으로 인해 경찰의 보호를 받는 상황에서 숙영 시 위해 요소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숙영을 하지 않았다"면서 "결과적으로 불편에 노출된 대원들과 함께 야영하지 못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변명했다.
 
또 김 장관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불출석해 민주당 의원들이 김 장관을 찾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여가위에선 잼버리 파행의 원인과 책임에 대한 질의가 예정됐다. 김 장관이 회의에 출석하지 않자 여가위 소속 야당 국회의원들은 김 장관을 찾아다녔다. 김 장관의 불출석으로 여가위 회의도 잼버리와 마찬가지로 파행됐다.
 
잼버리 파행에 대한 김 장관의 첫 사과는 잼버리가 끝난 지 무려 18일 만에 나왔다.
 
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며 "여가부 장관으로서 새만금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의 한 사람으로 야영하면서 불편을 겪었던 스카우트 대원들과 심려했던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책임 떠넘기기와 남 탓 김 장관…사퇴는 거부

잼버리 주무부처의 장이자 조직위원장이었던 김 장관의 책임 떠넘기기는 계속됐다.
 
4일 있었던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김 장관은 잼버리 파행의 원인으로 "행사 초기 어려움을 겪은 원인 중 하나는 농생명용지라는 근본적인 장소 한계와 부지 조성이 2022년 12월에 끝나 2023년에 와서야 기반시설과 상부시설을 놓을 수 있었던 시간상 급박함에 있었다"고 꼽았다. 이어 "문제가 복합적이기 때문에 감사원에서 이 부분에 대해 잘 규명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대책이 있다"고 자신 있게 답했던 김 장관이 파행의 원인을 잼버리 야영지로 8년 전 결정된 새만금 부지 탓으로 돌린 것이다.
 
김 장관은 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대정부 질문에서 "사퇴할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으나, "제 자리에서 책임을 다해서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초기에 잘못됐던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조치를 하고 감사원 감사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 제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사퇴를 거부했다.
 
뒤늦은 사과를 하고 끝끝내 사퇴를 거부한 김 장관은 결국 13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의 2차 개각에서 교체됐다.
잼버리 야영지 내 설치된 편의점.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들이 음료와 얼음을 구입하기 위해 긴 줄을 만들었다. 송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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