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우회 논란을 빚었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한도산정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제한하고, 가산금리도 적용해 대출 한도 축소에 나섰다.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역시 오는 27일부터 접수가 중단되며 실수요자 중심으로 운영키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1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계부처 현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최근 주택거래 회복세가 이어지며 은행권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5~6조원 수준에서 증가세를 지속하는 것과 관련해 DSR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면밀히 관리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우선 금융당국은 규제 우회 논란이 일었던 50년 만기 주담대를 이날부터 사실상 중단토록 했다. 대출 전 기간에 걸쳐 상환능력이 입증되기 어려운 차주의 경우 DSR 산정 만기를 최대 40년으로 제한했다.
금융당국은 앞서 가계 빚이 최근 폭증하고 있는 원인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지목했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원리금을 50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는 대출 상품이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대출자가 갚아야 할 원리금은 늘지만 대출자 입장에서 전체 대출 한도는 늘어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금융당국 조사 결과 50년 만기 주담대는 올해 총 8조3천억원이 공급됐는데 그 가운데 6조7천억원이 7월과 8월에 집중됐다. 특히 차주 단위 심사가 상대적으로 미비한 집단대출이 4조5천억원으로 전체의 54.9%, 개별주담대의 경우 3조7천억원(45.1%)으로 구성됐다. 집단대출의 경우 DSR규제가 없었던 입주자모집공고 당시 규제수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평균DSR도 50.4%로 높게 나타났다.
또 젊은층의 이용보다는 40~50대의 비중(57.1%)이 과반을 넘겼고, 60대 이상도 12.9%나 됐다. 또한 무주택자인 차주(47.7%)보다 주택을 보유한 차주(52%)의 이용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당국은 지난달 30일 가계대출 관련 회의를 열고 50년 주담대를 다수 취급했던 금융사의 대출 담당 임원 등에게 DSR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계산해 달라는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해당 상품에 만34세 이하 나이 제한을 적용하거나 취급을 중단하는 등 결정을 내린 상태다.
다만 금융당국은 개별 차주별로 상환능력이 명백하게 입증되는 경우에는 실제 만기를 50년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퇴직연금 등 다른 소득이 있는지 등을 고려해 대출(만기)을 좀 늘릴 수 있지 않는 여지가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이 부분은 차주별 상황이 제일 중요하고 세세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경우에는 50년 상환이 가능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불가능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씀드린다"면서도 "다만 일률적인 기준을 주고, 이 기준에 부합하면 무조건 대출을 내주는 행태는 적합한 대출행태는 아니다. 요건만 맞으면 내주는 것이 아니라 차주가 소득을 갖췄는지, 소득이 일정한지, 과연 주택을 거주 목적으로 활용할지 등은 은행의 심사를 통해 확정해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특히 이번 50년 만기 주담대가 단기간 급속도로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한데에는 시중은행들의 느슨한 대출심사 태도가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가 먼저 50년 만기 주담대를 독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당혹감을 느낀다"면서 "최근 급증한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는 정책모기지와 무관하게 개별은행 자율적으로 출시한 상품으로 다주택자도 이용 가능하고 주로 혼합형 금리로 취급되는 등 정책금융상품과 상이하게 운영됐다. 따라서 정책상품의 취지와 달리 DSR우회수단으로 사용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변동금리 대출에 대해서는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엄격한 수준의 DSR 규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 금리를 적용하는 '스트레스(Stress) DSR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연 소득 5천만원인 차주가 금리 4.5%로 DSR 40%에 50년 만기로 대출할 경우 가산금리 1%포인트가 적용되면 기존에 4억원이던 대출 가능액이 3억4천억원으로 줄게 된다.
집단대출 등을 통해서 50년 만기 주담대를 큰 규모로 취급한 특수은행 등에 대해 DSR 대출 규제 특례가 제대로 운용되는지 점검해 조치하고, 금감원을 통해 가계대출 취급이 많은 은행의 취급 실태를 파악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특례보금자리론 역시 서민과 실수요층에만 집중해 공급요건을 강화할 계획이다.
1년동안 한시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던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지원대상자(부부합산 연소득1억원 초과 차주 또는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주택대상)와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해서는 이달 26일까지만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다만 부부합산 연소득 1억원 이하 및 주택가격 6억원 이하인 서민, 실수요층 지원대상자에 대한 우대형 특례보금자리론은 공급목표를 초과하더라도 내년 1월말까지 운영해 나가기로 했다.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은 "가계부채 관리는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빌리고 처음부터 나누어 갚는 기본 원칙을 일관되고 꾸준하게 이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50년 만기 대출 취급 등 과정에서 나타난 느슨한 대출행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차주의 상환가능성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과잉대출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하는 은행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