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김명수 "국민 비판 수용, 제도 개선에 정진"

김명수 대법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2023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퇴임을 앞둔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부 구성원 모두가 국민을 위한 좋은 법원을 만들기 위해 제도 개선에 더욱더 정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2층 중앙홀에서 열린 아홉 번째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사법부가 미흡하고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이는 결코 사법부의 개혁 의지가 꺾이거나 현실에 안주해서가 아니다"며 "지난 개혁의 공과를 냉철히 돌아보고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5년 전 오늘 저는 대한민국 사법부 수립 70주년을 맞아 사법부 구성원 모두가 초심으로 돌아가 오로지 '좋은 재판'을 위해 헌신하는 사법부를 만들기 위해 매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밝혔다.

또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법관의 독립을 수호했던 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기개를 생각하고 법관 선서문을 다시 읽으며 국민이 헌법을 통해 사법부에 부여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되돌아봤다.
 
김 대법원장은 "'좋은 재판'과 '좋은 법원'을 위해 우리가 처음 이루려 했던 개혁 과제 중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 것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과 사회 각계각층의 비판 또한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돌아봤다.

김 대법원장이 추진한 '좋은 재판'을 위한 개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한 발언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지난달 30일 '김명수 대법원장 시기의 사법부 평가와 향후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미완의 개혁', '사법 신뢰 회복에 물음표가 남는다'는 평가를 내놨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 사법부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법 행정권 남용 사태로 인한 국민의 질타는 쓰라렸고, 사법부의 신뢰 회복은 요원하게만 보였다"면서 "하지만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사법 개혁을 통해 진정한 사법 독립을 이루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듣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국민에게 사랑받는 사법부가 되기 위해 저를 포함한 사법부 구성원 모두가 부단히 노력해 왔다"고 평가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2023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마친 뒤 연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김 대법원장은 끝으로 "대한민국 법원의 날에 우리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바로 국민"이라며 "잘 아시다시피 사법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고, 사법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국민과 함께하는 좋은 법원, 좋은 재판을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함께 계속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사법부 구성원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사법부는 9월 13일을 대한민국 법원의 날로 지정해, 2015년부터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우리나라가 일제에 사법주권을 빼앗겼다가 미군정으로부터 사법권을 넘겨받아 사법주권을 회복한 1948년 9월 13일을 실질적인 대한민국 사법부의 설립 기념일로 삼은 것이다. 올해는 아홉 번째이자 사법부 설립 75주년이 되는 해다.

한편 이날 법원의 발전과 법률문화 향상에 기여한 고(故) 정의철 전 울산지방법원 판사, 경민성 법원행정처 등기주사보, 김서영 수원가정법원 법원주사, 고선미 법원도서관 기록연구관, 양미 서울고등법원 보안관리서기보, 원태영 서울가정법원 전문가 후견인, 윤순덕 전주지방법원 집행관이 대법원장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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