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오는 27일 한국 대작 3편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나선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감독 김성식), 칸영화제 초청작 '거미집'(감독 김지운), 최초의 국가대표 실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이 그 주인공이다.
가짜 퇴마사로 돌아오는 강동원, 감독으로 변신한 송강호,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이 된 하정우까지 쟁쟁한 배우들의 열연과 맞대결 역시 추석 삼파전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장 김지운·강제규 감독과 이들에 도전장을 낸 신예 김성식 감독의 서로 다른 색깔의 영화 중 관객들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역시 초미의 관심사다.
韓 영화사 한 획 그은 강제규 감독, '1947 보스톤'으로 새 역사 쓸까
'쉬리'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장을 연 데 이어 '태극기 휘날리며'를 통해 한국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강제규 감독이 8년 만에 '1947 보스톤'으로 돌아온다.
'1947 보스톤'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2시간 29분 19초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거머쥔 한국 마라톤의 전설 손기정(하정우)과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영웅 서윤복(임시완)을 비롯해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이들의 위대한 도전 과정을 담고 있다.
시대적 고증을 바탕으로 1940년대 서울과 보스턴을 완벽 구현한 것은 물론, 호주 로케이션을 통해 실감 나는 마라톤 코스를 완성해 실제 대회를 방불케 하는 스케일과 현장감을 담았다. 또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를 비롯한 1950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우승자 고(故) 함기용 선수, 한국 여자 마라톤 신기록을 세웠던 권은주 선수의 자문을 받아 경기 장면의 리얼리티를 한층 높였다.
무엇보다 한국형 누아르, 판타지 멜로, 첩보 액션, 전쟁,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온 강제규 감독이 이번에는 최초의 국가대표 실화를 다룬 스포츠 영화로 한국 영화사에 어떤 족적을 남길지 관심이 쏠린다.
세계가 주목하는 감독과 배우의 만남 '거미집'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이어 세 번째로 칸의 부름을 받은 거장 김지운 감독과 제75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자 송강호는 다섯 번째 합작품 '거미집'으로 도전장을 냈다.
제76회 칸 영화제 공식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 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렸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 '놈놈놈' '밀정'에 이어 '거미집'으로 만난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는 이번에도 두 사람만의 시너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지운 감독은 "송강호라는 배우는 어떤 역할, 어떤 대사를 줘도 인간적이고 생기 있는 순간을 만들어 낸다"며 "일시에 공간을 장악하고 얼어붙게 만들고 또 유연하게 풀어낸다. 그 누구를 통해서도 실현할 수 없는 나의 영화적 비전을 모두 표현해 줬다"고 송강호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드러냈다.
송강호 역시 "김지운 감독하면 장르적인 변주를 통해 새로운 영화에 대한 갈증을 많이 풀어준 감독이다. 어떤 장르든 새로운 영화의 문법, 창의력 등을 그를 통해 볼 수 있어 우리를 놀라게 만든다"며 "'조용한 가족' '반칙왕'과 같은 그때 그 독보적인 감각, 창의력을 가장 닮은 영화가 '거미집'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신예 김성식과 강동원의 만남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강제규·김지운 감독이라는 두 거장 감독을 향해 신예 김성식 감독이 믿고 보는 배우 강동원과 '모가디슈' '밀수' 제작사 외유내강의 손을 잡고 추석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졌다.
인기 웹툰 '빙의'를 원작으로 하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 같은 통찰력을 지닌 가짜 퇴마사 천 박사(강동원)가 지금껏 경험해 본 적 없는 강력한 사건을 의뢰 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송강호, 하정우와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강동원,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시작으로 '베테랑' '엑시트' '사바하' '모가디슈' '밀수'에 이르기까지 액션, 멜로, 오컬트, 재난 블록버스터 등 장르의 한계가 없는 작품들을 선보여 온 제작사 외유내강이 김성식 감독과 작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김성식 감독은 '기생충' '헤어질 결심'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굵직한 작품의 조감독으로 일하며 쌓아 온 내공을 자신의 첫 장편 데뷔작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명의 비밀'을 통해 드러낼 예정이다.
여기에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콜' '국가부도의 날' 등을 통해 시대적 배경에 영화적 개성을 녹여냄으로써 완성도 높은 프로덕션 디자인을 구축했던 배정윤 미술감독,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리얼한 액션 시퀀스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건문 무술감독 등 충무로 베테랑들이 합류해 영화에 완성도를 높였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박찬욱 감독도 스페셜 GV(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하며 지원사격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