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가 'WE 콘서트 사랑의 인사'를 12일 오후 8시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었다.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 최영선)가 지휘하고 베이스바리톤 길병민과 소프라노 박혜상, 테너 최원휘,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등 국내 정상급 아티스트가 무대에 올랐다.
신나는 춤곡으로 콘서트 1부를 시작했다.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가 차이콥스키 '예브게니 오네긴' 중 폴로네즈를 힘차게 연주했다.
클래식, 뮤지컬, 크로스오버, 트로트까지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길병민은 가정 먼저 비제 '카르멘' 중 '내가 당신의 축배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를 불렀다. 익숙한 멜로디가 들리자 관객들은 박수로 장단을 맞추며 즐거워했다. 심응문의 시에 정애련이 곡을 붙인 '별을 캐는 밤'은 길병민의 호소력 짙은 중저음과 신비한 하프 소리가 어우러졌다.
박혜상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세계 주요 오페라 하우스와 콘서트홀 무대에 서고 있는 차세대 디바다. 올해 뉴욕 메트 오페라 '마술피리' 주역으로 데뷔했고 카네기홀 데뷔 리사이틀을 성공리에 마쳤다. 이날 공연에서 그는 카탈라니 오페라 '라 왈리' 중 '그렇다면 멀리 떠날래요'를 오묘한 음색으로, 김주원의 가곡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를 쓸쓸한 감성으로 불렀다.
최원휘는 베르디 '리골레토' 중 '여자의 마음은 갈대'를 선곡했다. 3막 도입부에서 호색한 만토바 공작이 부르는 노래로, 경쾌한 멜로디가 저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듀엣 무대는 특히 환호성이 컸다. 길병민과 최원휘는 오페라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남성 이중창으로 꼽히는 비제 '진주조개잡이' 중 '신성한 사원에서'를 들려줬다. 옛사랑을 회고하며 우정을 다짐하는 곡의 내용과 두 성악가의 하모니가 좋았다. 박혜상과 최원휘는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중 '파리로 떠나요'를 마치 오페라의 한 장면을 보듯 두 손을 꼭 잡고 불렀다.
1부의 마지막은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이 장식했다. 임지영은 2015년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에 오른 후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쥘 마스테 '타이스' 명상곡은 달콤한 선율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고 프란츠 왁스만 '카르멘 환상곡'은 화려한 기교가 돋보였다. 앙코르 곡으로 엘가 '사랑의 인사'를 선사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2부는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로 포문을 열었다. 박혜상이 '세비야의 이발사' 중 '방금 들린 그대 음성'을, 길병민이 '소문은 산들바람처럼'을 잇달아 불렀다. 레하르 '유쾌한 미망인' 중 '입술은 침묵하고' 이중창은 서로 밀당을 나누는 남녀 주인공이 왈츠를 추며 부르는 노래인데, 두 사람의 호흡이 척척 맞았다. 길병민이 엔니오 모리코네 '시네마 천국' 중 '만약에'(Se)를 부를 땐 눈을 감고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는 관객들이 보였다.
최원휘는 아구스틴 라라의 '그라나다'를 힘차고 씩씩하게, 3테너 콘서트 이후 테너 아리아의 대명사가 된 푸치니 '투란도트' 중 '아무도 잠들지 마라'를 시원하게 불러 박수 갈채를 받았다.
마지막 노래는 3명의 성악가가 함께 했다. 허림의 시에 붙인 윤학준의 가곡 '마중'을 담담하게 불렀다. 곧이어 앙코르 곡 '오쏠레미오'와 '브린디시'가 이어졌다. 공연은 끝났지만 박수는 끊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