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2500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박스권 장세가 약 한 달 동안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국제유가 상승세 속에서 가중된 긴축 우려가 투자 심리를 짓누르는 모양새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국내 증시 흐름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스피 지수는 12일 전 거래일보다 20.30포인트(0.79%) 하락한 2536.58에 마감했다. 지수는 지난달 11일에 2600선 아래로 내려간 뒤 줄곧 250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투자 열기도 시들해지면서 유가증권시장 일 거래대금도 최근 7거래일 연속 7~8조 원대를 기록 중이다. 지수가 장중 연고점(2668.21)을 찍었던 지난달 1일 거래대금이 16조 원에 육박했던 점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는 증시 흐름의 배경에는 투자 환경을 둘러싼 각종 우려 요소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지난달에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로부터 추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잇따라 나오면서 9월 금리 동결을 기대하고 있던 시장에 다시 긴장 기류가 번졌다. 게다가 중국 부동산 업계를 중심으로 도산 위기가 고조되면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고, 상대적으로 미국 달러화 가치는 상승하는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됐다.
이후 잠시 시장은 안정화 국면을 맞는 듯 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고공행진 중인 국제유가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각각 일일 100만 배럴과 3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12월까지 연말까지 연장한다고 이달 초 발표했다. 이 같은 감산 연장 결정 여파로 지난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격은 배럴당 87.54달러로 마감하며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 대비 20% 넘게 오른 가격이다.
고유가가 글로벌 물가를 끌어올리면, 이를 안정시키기 위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도 예상보다 더 길게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고 달러 강세도 여전한 이유다. 이달 초만해도 4.1% 수준이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4.3% 수준까지 올랐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도 5%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약 6개월 만에 105선 수준까지 오른 상태다.
이렇다보니 국내 증시에 대한 단기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통화에서 "당분간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경제지표가 수출 지표를 중심으로 약간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연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있는데다가 유가도 부담을 주고 있어서 지수 상승이 제약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보고서에서 "하반기 증시에 대해 보수적 관점에서 박스권 전망을 유지한다"며 "좁게는 8월의 저점인 2480에서 반등의 고점인 2590 범위 내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시간으로 13일 오후엔 연준의 기준금리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다. 시장에선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CPI가 전달 대비 0.6%, 전년 대비 3.6% 상승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7월 상승치인 0.2%(전달 대비), 3.2%(전년 대비)를 웃도는 예상치다. 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할 경우엔 긴축 긴장에 따른 위험자산 투자 심리 추가 위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8월 CPI 발표 이후 연준의 정책 경로 변화 여부는 주가, 금리, 환율 등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