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자 테니스를 주름잡았던 현역 최고령 스타가 무려 16년 만에 한국 무대를 밟는다. 메이저 대회 통산 7번 우승에 빛나는 비너스 윌리엄스(42·미국)다.
윌리엄스는 다음달 7일부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 코트에서 열리는 '여자프로테니스(WTA) 250 하나은행 코리아 오픈'에 출전한다. 지난 2007년 이후 16년 만이다.
2007년 당시 윌리엄스는 제4회 한솔 코리아 오픈에 출전해 정상에 올랐다. 그 당시 윌리엄스는 이미 윔블던 4번, US오픈 2번 등 그랜드 슬램 6회 우승을 이룬 슈퍼 스타였고, 이듬해 윔블던을 또 한번 제패했다. 역대 23번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오른 동생 세레나(41)와 함께 세계 여자 테니스계를 평정했다.
이런 가운데 윌리엄스는 현역 은퇴 전 마지막으로 한국에 방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코리아 오픈 이진수 토너먼트 디렉터(TD)는 "윌리엄스가 2007년 첫 방한 때 우승도 하고 한국 음식도 맛있게 먹는 등 너무 좋은 추억을 안고 갔다"면서 "은퇴 전에 꼭 한국에 오고 싶다는 뜻을 밝혔는데 2004년 시작된 코리아 오픈이 올해 20년을 맞아 윌리엄스의 방한이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윌리엄스는 현재 여자 단식 세계 랭킹 411위에 머물러 있다. 한때 세계 1위로 여자 테니스를 호령했지만 전성기를 훌쩍 지나 선수로서 황혼기에 접어든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테니스 팬들에게는 특별한 손님이 될 전망이다. 동생 세레나가 은퇴를 선언한 가운데 여자 테니스 전설의 경기를 어쩌면 마지막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리아 오픈은 국내 유일의 프로 테니스 투어로 윌리엄스를 비롯해 2004년 첫 대회 우승자 '러시안 뷰티' 마리아 샤라포바(36), 2008년 우승자 마리아 키릴렌코(36·러시아), 2017년 옐레나 오스타펜코(26·라트비아) 등 스타 선수들이 대회를 빛냈다.
국내 선수들도 코리아 오픈을 통해 해외 강호들과 겨룰 수 있었다. 2004년 초대 대회에서 조윤정-전미라(이상 은퇴)가 복식 우승을 차지했고, 한나래(부천시청)과 최지희(NH농협은행)가 2018년과 2021년 복식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올해도 단식에 쟁쟁한 선수들이 출전한다. 한국계 스타 제시카 페굴라(29·미국)가 4년 만에 코리아 오픈을 찾는다. 지난달 WTA 캐나다오픈 슈퍼 1000 시리즈에서 당시 1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를 4강에서 꺾으며 우승하는 등 현재 세계 5위로 올해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페굴라는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를 뒀는데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점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여기에 페굴라의 부모는 미국프로풋볼(NFL) 버펄로 빌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버펄로 세이버스의 구단주로 수십억 달러 자산가다. 그러나 페굴라는 부모에 의지하지 않고 투어 선수로 당당히 활동하고 있다.
다만 페굴라는 2019년 첫 코리아 오픈 출전에서는 1회전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올해는 위상이 크게 달라진 만큼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페굴라는 대회 기간 팬 미팅 행사도 참여한다.
여기에 2017년 프랑스 오픈 우승 뒤 코리아 오픈에 출전해 구름 관중을 몰고 왔던 오스타펜코도 출전한다. 오스타펜코는 올해 US오픈에서 시비옹테크를 꺾고 8강까지 진출해 세계 랭킹을 21위에서 16위로 올렸다. 여기에 디펜딩 챔피언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19위·러시아)도 타이틀 수성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