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교사 죽게 만든 그놈들" 신상 폭로 계정…"촉법이 잘한다"[이슈시개]

가해 학부모가 운영한다고 알려진 영업장. 신석우 기자·인스타그램 캡처

'대전 초등교사 사망' 사건의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의 신상을 폭로하는 SNS 계정이 한때 등장했다. 4년간 악성 민원을 제기해 고인을 괴롭혔다는 문제의 학부모들 신상정보가 이 계정에 적나라하게 노출돼 있었다.

11일 인스타그램에 따르면 '대전 초등학교 교사를 자살하게 만든 살인자와 그 자식들의 얼굴과 사돈의 팔촌까지 공개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내건 계정이 전날 등장했다. 다만 이날 현재 해당 계정은 삭제됐다.

계정 운영자는 자신을 만 10세 촉법소년이라고 주장했다. "촉법이 끝나는 만 14세 생일 전까지, 4년 동안 (대전 사망 교사가 괴롭힘당했듯) 그들의 잘못을 알게 해주려고 한다"며 "그들이 저를 괴롭힌다면 그들이 했던 방식대로 아동학대 신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운영자는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 A씨와 B씨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고, 그들이 운영하는 김밥집과 미용실의 정보를 공유하는 등 계정 삭제 전까지 이틀 새 41개의 게시물을 등록했다.

그는 가해 지목 학부모의 자녀 사진을 여러 장 게재하며 B씨의 자녀 사진에는 "저 때가 고인이 되신 선생님께서 담임하셨을 때다. 마음이 아프다"라고 썼다. A씨의 자녀 사진에는 "이 XX 얼굴 잘 봐달라. 전학 오면 절대 자식들과 친하게 지내게 하지말라. 어찌 살인자 자식이랑 내 자식이랑 친구로 지내게 한단 말인가"라고 남겼다.

운영자는 A씨가 소유한 아파트의 상세 주소가 적힌 등기부등본과 B씨 남편의 이력과 휴대전화 번호를 게재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앞서, 대전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40대 교사가 지난 5일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숨졌다. 대전 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그는 2019년 유성구 소재 초등학교 재직 중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에 보냈다는 이유로 학부모들의 악성민원에 시달리고 아동학대로 고소당했다. 이후 아동학대 고소는 무혐의 처분됐고 올해 학교를 옮겼지만 트라우마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누리꾼들은 "착한 촉법 응원한다", "나중에 고소당해서 합의금 필요하면 도와주겠다", "나머지 가해 학부모 신상도 털어달라", "경찰과 교육청도 못하는 일을 하고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오프라인에서도 가해 학부모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영업장에 "이것이 우리의 분노입니다", "살인자", "죗값 제대로 치르세요" 등이 적힌 메모지가 다수 부착되는 등 시민들 분노가 들끓었다. 매장 앞에 계란·케첩 투척 등 '테러'도 벌어졌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계정 운영자의 과도한 신상털기와 이를 부채질하는 응원 댓글에 우려를 표했다. 한 누리꾼은 "무분별한 사적제재가 맞는건지는 모르겠다"며 "아이들의 얼굴과 실명을 다 공개하는 건 또 다른 마녀사냥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누리꾼은 "진짜 분노했다면 재발방지를 위한 움직임에 동참해야한다"며 "본질이 흐려지고 있는 느낌"이라고 씁쓸해했다.

신석우 기자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다수가 볼 수 있는 곳에 신상정보를 게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사실을 적더라도 '비방할 목적'이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범법행위를 한 소년범 중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에 해당하는 '촉법소년'은 형사 처분 대신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을 받는다. 6개월 미만 보호처분은 만 10세부터, 최장 2년 소년원 보호처분은 만 12세부터 가능하며, 형사 형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전과 기록도 남지 않는다. 그러나 촉법소년 및 그 보호자를 대상으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은 가능하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