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배구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유독 많은 배구인 가족이 탄생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10일 서울 강서구의 메이필드 호텔 메이필드 볼룸에서 2023-2024시즌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를 실시했다. 39명의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와 1명의 대학교 재학생 등 총 40명의 선수가 프로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체 1순위 지명부터 배구인 2세의 이름이 호명돼 눈길을 끌었다. 한국전력 김철수 단장과 김남순 전 여자 배구 대표팀 코치의 차녀인 한봄고 미들 블로커 김세빈(18·187cm)이 1순위로 한국도로공사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모친인 김남순 전 코치는 1990년대 한일합섬의 간판 공격수로 이름을 떨친 인물이다. 선수 시절 뛰어난 백어택 능력을 뽐낸 그는 여자 배구 대표팀에서도 에이스로 활약했다. 차녀인 김세빈은 이들의 뛰어난 배구 DNA를 물려받은 셈이다.
1순위 지명을 받은 김세빈은 "(전체 1순위로) 못 갈 수도 있었는데, 실감이 아직 안 난다"고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작년에 우승하는 것을 봤는데, 정말 대단하고 멋있는 팀이라고 생각했다"고 한국도로공사 입단을 기뻐했다.
부모님에 대해서는 "항상 칭찬도 많이 해주지만, 쓴소리도 많이 해주신다"면서 "덕분에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을 수 있었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엄마의 속공 공격을 닮고 싶고, 아빠의 블로킹 감각을 닮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친인 김철수 단장은 김세빈의 전체 1순위 지명에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김 단장은 "1라운드에만 뽑히면 좋으니까 (김)세빈이에게 1순위를 너무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첫 발을 딛는 거니까 열심히 팀에 잘 적응하길 바란다. 전체 1순위 지명은 가문의 영광"이라고 박수를 보냈다.
새 출발을 앞둔 만큼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김 단장은 "프로에서 첫 출발인데, 지금까지 한 건 의미가 없다. 이제부터 잘 해야 한다"면서 "언니들 눈치 볼 것도 없고, 프로는 실력이니까. 감독에게 열심히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서채현은 지난달 30일 강원도 인제군 일대에서 열린 제34회 CBS배 전국중고배구대회에서 드래프트를 앞두고 마지막 쇼케이스를 펼쳤다. 당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는 친언니에 대해 "조금 오글거릴 수 있지만 언니는 내 인생의 전부인 것 같다"면서 "힘들 때마다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서채원은 지난해 AVC컵 출전을 앞둔 친동생 서채현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서채현은 "언니가 조언보다는 부담을 덜어주려고 했던 것 같다"면서 "국제 대회에서는 경기에서 져도 상대 선수의 플레이를 보고 배울 점이 많다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친언니 서채원과 같은 팀에서 뛰진 못하지만 맞대결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서채원은 "언니와 맞대결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같은 팀에서 뛰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다"면서 "나도 언니와 같이 뛰고 싶다는 생각이 크지만 언니를 상대 팀 선수로 만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또 하나의 배구인 가족도 이목을 끌었다. KOVO 기남이 심판위원의 딸인 한봄고 세터 최서현(18·176cm)은 1라운드 6순위로 현대건설의 지명을 받았다.
많은 배구인 가족이 탄생한 만큼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배구인 집안의 대를 이은 신인 선수들이 새 시즌 어떤 활약을 펼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