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명 시신 속 울부짖는 노인…"지진피해 아직 빙산의 일각"

9일(현지시간) 지진으로 무너져내린 모로코 마라케시 인근 마을 주택의 모습. 연합뉴스

모로코의 이번 강진은 이 나라의 4번째 대도시인 마라케와 그 인근 지역을 강타했다.
 
진앙지로부터 72km 북동쪽에 위치한 마라케는 인구 84만명이 사는 도시로, 지진후 상당 지역이 평평하게 변해버렸을 정도로 피해가 컸다.
 
UN은 이번 지진으로 대략 30만명이 지진의 영향권에 들어있었다고 추산했다.
 
모로코 당국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2천명을 훌쩍 넘어섰다고 10일 집계했다.
 
중상자가 1천명을 넘었다는 보고도 있어서 사망자는 이 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경우는 사망자가 최악의 경우 10만 명을 넘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BBC는 한 곳에서만 시신 18구가 수습된 현장에서 울부짖는 할머니의 모습으로 비극의 단면을 전했다.
 
앞서 모로코에서는 지난 1960년 아가디르에서 강진이 발생해 1만 2천명이 목숨을 잃은 바 있다.
 
2004년에도 규모 6.3의 강진이 호세마 지역을 덮치면서 630명의 목숨을 앗아갔었다.
 
모로코 강진으로 친척들을 잃은 한 여성이 부축받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지진의 골든타임으로 72시간을 제시하고 있다.
 
잔해에 묻힌 사람들이 생존을 이어갈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다.
 
이번 지진이 현지시간 금요일 밤 11시쯤 일어났으므로 이제 골든타임은 20시간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적십자연맹 캐롤라인 홀트 국제운영국장은 이날(10일) "다음 24시간에서 48시간이 인명 구조의 중대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지진에 속절없이 무너진 모로코 마라케시 건물. 연합뉴스

더욱이 구조와 무관하게 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여진이나 추가 지진의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지질전문가인 런던대학 빌 맥과이어 교수는 "최종 사망자는 수천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다른 강진과 여진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면 더 많은 사상자를 낼 것이고, 구출과 수색을 더 어렵게 할 것이다"고 예측했다.
 
실제로 이날 아침 규모 4.5의 여진이 한 차례 발생했다.

일단 이날 다행히 모로코 군대가 가장 피해가 컸던 아스니(Asni) 지역으로 통하는 길을 뚫었다는 보도가 들어왔다.
 
아스니 거주자인 아디니 무스타파는 BBC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잔해 속에 갖혀있다. 사람들은 가족들을 찾아 헤매는 중이다. 모든 것이 그들을 덮쳤다"고 말했다.
 
특히 마라케는 모로코의 대표적인 관광도시다. 중세 문화유산의 보고다.
 
9일(현지시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유네스코 직원이 지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유적지를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도시의 아이콘인 12세기 조성된 성곽과 구도심 곳곳이 폐허로 변했다.
 
알모하드 왕조 시기 건축된 틴말(Tinmal) 사원도 심각하게 훼손됐다.
 
그러나 이 같은 피해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부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진 참상을 관광 대상으로 삼아 눈살을 찌푸리게했다.
 
CNN은 이날 지진으로 집을 잃은 현지인들이 길거리에서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 일부 외국인 관광객들이 피해지역을 사진찍거나 영업중인 고급 음식점에서 여흥을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지진 피해지역인 마라케에서는 다음달 9일부터 IMF(국제통화기금)와 세계은행 연차 총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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