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오는 1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검찰 재소환 조사의 성사 여부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같은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도 진행된다. 이 대표와 대북송금 사이 관련성을 인정한 자신의 진술을 또 번복한 이 전 부지사의 입에 향후 이 대표의 수사 향방이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이 대표 측에 오는 12일 오전 10시 30분 출석을 통보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9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검찰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이날 조사는 약 8시간가량 진행됐지만 조사는 마무리되지 못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피의자 신문 조서에 서명을 거부하고 귀가했다.
검찰은 당시 "피의자는 조서 열람 도중 자신의 진술이 누락됐다며 억지를 부리고 정작 어느 부분이 누락됐는지에 대해선 대답하지 않은 채 조서에 서명날인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퇴실했다"고 밝혔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에 당사자 서명이 없으면 향후 재판 등 과정에서 서류증거로서 효력이 없다. 이 때문에 검찰은 향후 이 대표에 대한 추가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통보한 12일은 이 대표 측에서 먼저 요구한 날짜라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 측이 조사 도중 오늘(9일) 오후 6시까지만 조사를 받게 해주면 12일에 다시 출석하겠다고 먼저 요구해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12일 조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 측은 일단 검찰의 추가 소환에는 응할 방침이지만 시점이 문제다. 열흘 넘게 단식을 이어오는 이 대표의 건강 상태가 최대 변수로 남아있어서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검찰이 추가 소환을 언급하는 자체가 검찰이 이미 혐의 입증에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검찰이 추가 소환일을 12일로 통보한 것에 대해 "검찰과 추가로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전 부지사의 쌍방울 대북송금 재판도 같은 날 수원지법에서 예정돼 있다. 이 대표는 수원지검 조사실에, 이 전 부지사는 옆 건물 재판정에 같은 시각 두 사람이 제각각 자리할 가능성도 있다.
이 전 부지사는 현직 민주당 경기도 의원인 김광민 변호사와 국선 변호인 3명 등과 함께 공판을 준비하고 있다. 12일 재판이 주목받는 건 이 전 부지사가 최근 자신의 진술을 번복하는 옥중 입장문을 밝히면서다.
지난 7일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표와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성을 부인하는 내용의 옥중 편지를 공개했다. 이 전 부지사는 편지에서 "이화영과 경기도는 쌍방울 김성태 등에게 스마트팜 비용뿐 아니라 이재명 지사의 방북 비용을 요청한 적이 결코 없다"며 "당시 이재명 지사에게 이와 관한 어떠한 보고도 한 적이 없고 김성태와 전화 연결을 해준 사실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은 검찰로부터 압박을 받는 과정에서 나온 허위 진술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 전 부지사는 지난 6~7월 검찰 조사에서 "방북비용 대납과 관련해 2019년 7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이재명 당시 지사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 이 대표가 자신의 방북비용 대납 사실을 사전·사후로 인지하고 관여하거나 적어도 묵인한 구체적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셈이다. 실제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나온 이후 검찰은 이 대표의 제3자뇌물 혐의 수사에 속도를 붙였다.
검찰은 이 대표의 제3자뇌물죄를 구성하는 주요 증거 중 하나인 이 전 부지사의 진술조서를 그의 재판에 증거로 신청했다. 향후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더라도 재판에 증거로 채택하면 추후 이 대표 재판에서도 증거 능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자필 편지와 함께 검찰에 제출한 피신조서 9개의 증거 부동의 인부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미 앞선 공판 과정에서 변호인 선임 문제로 한 달여 재판 지행이 늦춰지는 등 곤욕을 치른 재판부로서는 오는 12일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 본인의 입을 통해 '증거인부서'에 밝힌 의견이 본인 의사인지 여부를 재차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12일 이 대표에 대한 추가 조사와 이 전 부지사의 재판을 앞두고 김성태 전 회장을 연결고리로 이 대표를 겨냥할 단서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압수수색한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 재판 법정에 증인으로 나서 "이 대표의 대선 경선 모금 첫날 쌍방울과 KH그룹 직원들 이름으로 사비 1억5천만 원을 쪼개기 후원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이 김 전 회장과 이 대표 사이의 관련성을 구체화하고 명확히 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 전 부지사가 지난 8개월 동안 검찰 수사 과정에서 벌어진 압박 정황을 촘촘히 기록한 비망록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된 것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이번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의 피신조서의 증거 채택이 불발될 경우 검찰은 이 전 부지사를 법정에 증인(이나 피고인)으로 세울 것으로 보인다. '위증죄' 부담을 지고 법정에 선 이 전 부지사의 증언에 따라 향후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 시점 등 수사 향방도 결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