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견진흥法 무산 위기 후폭풍' 학생·체육 지도자 집단 행동 나섰다

지난 7월 7일 발의된 '택견진흥법'. 대한택견회 제공

'택견진흥법'이 택견 단체들간 이견(異見)에 따른 민원으로 국회 상임위원회 상정을 앞두고 멈춰서자(CBS 노컷뉴스 8월 30일자 보도·[단독]택견인들간 반목에 '택견진흥法' 멈춰섰다') 법 제정 무산 위기를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택견 전공 대학생들과 국가 체육 지도자들이 해당 법 제정을 반대하는 단체를 규탄하며 집단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

10일 CBS 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용인대학교 택견 전공생 전원은 '택견진흥법' 제정에 반대하는 대표 단체를 대상으로 '대국민 공청회'를 제안했다. 이들 학생은 법 제정을 가장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택견보존회와 소위 '끝장 토론'을 통해 법 제정 찬반에 대한 결론을 내자는 입장이다.
 
이담규(21) 용인대 동양무예학과 택견 전공회장은 "용인대 택견 전공 학생들은 소속 단체와 관계 없이 이론을 탐구하고 실기를 훈련하며 택견 발전에 노력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택견진흥법'을 막아서고 나선 택견보존회는 어떤 이유에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우리에게) 아무런 해명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용인대 택견 전공자 일동은 법 제정 반대 단체의 어른답지 못한 행태와 미래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에 실망을 금치 못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택견보존회는 공개 토론 제안에 대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 택견보존회 정경화 회장을 비롯 각 단체 청년들간의 공개 토론을 (다시 한번)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법 제정을 반대하는 한국택견협회 출신으로 용인대에서 택견 전공 회장을 역임한 차기승(24) 졸업생은 "대학에서 택견을 배우면서 서로가 각 단체를 배려하고 존중하지 이 협회, 저 협회로 나누고 분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택견협회 출신인 내가 대한택견회에 입사한 것이 바로 그 증거다. '택견진흥법'은 특정 단체의 이익을 위한 법안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용인대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택견 전공 학생을 양성하고 있다. 지난 2001년 동양무예학과 내 택견 전공이 신설돼 현재 매년 15명의 택견 전공생을 선발하고 있다.
 

"이수자의 지도, 맞나? vs 인간문화재 보호 않는 단체가 택견?"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가 제적한 택견 홍보 포스터 영어판. 택견 인간문화재 정경화 택견보존회 회장이 신윤복의 작품 대쾌도에서 조선시대 택견인과 겨루기를 하고 있다. 반크 제공

택견 전공생들뿐 아니라 택견 국가 체육 지도자들도 집단 움직임을 예고했다. 100명의 지도자들은 오는 16일 법 제정에 반대하는 단체를 규탄하는 성명서 발표에 이어 문화재청에 항의 서한을 발송할 계획이다.
 
국가 체육 지도자는 국민체육진흥법에 의해 국가(문화체육관광부 장관)가 임명한다. 이들 지도자는 각 종목에 대해 학교, 직장, 지역 사회·단체에서 체육을 지도하는 역할을 한다.
 
박주덕(49·택견 국가 체육 지도자 1급) 경기도택견회 사무국장은 "성명서 발표 등은 법 제정을 반대하는 단체의 주장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체부 장관이 인정하는 국가 체육 지도자가 아닌 문화재청이 승인한 교육을 받은 이수자가 법적 지도자가 돼야 한다는 택견보존회의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다"면서 "지도(指導)와 이수(履修)를 구분하지 못하는 단체는 법 위에 있는 단체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중학교 도덕 교사이면서 동아리 활동으로 택견을 지도하고 있는 이철안(39·국가 체육 지도자 2급) 생활 스포츠 지도사는 "특정 단체에 소속돼 있지 않아도 누구나 취득할 수 있는 국가 체육 지도자와 반드시 택견보존회 및 한국택견협회에 소속돼 교육을 받아야 취득할 수 있는 이수자는 그 자격의 운영 목적, 내용, 활용 방안이 전혀 다르다"고 전했다.
 
이어 "국가 무형 문화재로 지정된 지 40년이 된 택견 이수자는 아직 100명 내외인 것으로 안다"면서 "문화재 이수자만 택견 지도를 할 수 있다면 택견진흥법의 목적 실현이 가능한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정경화 택견보존회 회장(중요 무형 문화재 제76호 택견 예능 보유자)은 용인대 학생들의 공개 토론 제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CBS 노컷뉴스의 질문에 "(내가 직접) 어린 학생들과 공개 토론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제안 자체가) 예의가 없다. 무엇을 항의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법을 발의한 김윤덕 의원과는 협의할 수 있으나 다른 사람과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용인대 학생 대부분은 대한택견회 소속인데 (그 학생들이) 무엇을 안다고 토론을 하겠나"면서 "택견을 보호해야 할 학생들이 왜곡된 택견에 앞장서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토론을 하려면 나와 직접 하는 것이 아닌) 협회끼리 하면 된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이어 "택견은 문화재다. 문화재를 보존하는 쪽으로 진흥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견은 문화재이기에 한번 훼손되면 복원이 안 된다"면서 "'택견진흥법'은 택견을 진흥해야 하는데 지금 법안은 일개 단체만 진흥을 하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국가 체육 지도자들의 성명서 발표와 관련해서는 "택견을 왜곡시키는 단체를 옹호하는 성명서 발표 등을 하는 행위는 말이 안 된다"고 일갈했다. 이어 "인간 문화재를 보호하지 않은 단체를 택견이라 할 수 있나. 성명서를 발표하면 한국택견협회와 택견보존회 등이 가만히 있겠나"며 법 제정 반대 단체들의 맞대응을 시사했다.
 
'택견진흥법'은 지난 2015년부터 제정이 추진됐다.  택견보존회의 반대에 막혀 2020년에 발의가 보류된 바 있다. 올해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역시 추진이 멈춰선 상황이다.
 
현재 '택견진흥법' 제정에 반대하는 단체는 택견보존회, 한국택견협회 등 2개 단체다. 이들은 '택견진흥법'에서 정의한 지도자 규정을 문제삼고 있다. 또 법 제정시 문화재 택견의 원형 훼손을 주장하며 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발의된 '택견진흥법'에서 정의한 지도자 규정은 국민체육진흥법에 의거하고 있으나 법 제정 반대 단체들은 문화재청에서 승인한 교육 이수자가 지도자 규정에 담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단체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법안 발의 의원들을 대상으로 법 제정 반대를 골자로 하는 집단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이중 택견보존회는 '택견진흥법'을 대표 발의한 김윤덕 의원에게 직접 민원을 제기하는 등 법 제정을 가장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김윤덕 의원은 "검토 과정이 더 필요하다"며 현재 해당 법 추진을 잠정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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