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의 벽은 높았다. 한국 탁구가 안방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노렸지만 최강 중국에 막혔다.
장우진-임종훈(한국거래소)은 9일 강원도 평창돔에서 열린 '2023 평창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남자 복식 4강전에서 마룽-왕추친(중국)에 1 대 3(11-6 5-11 8-11 7-11)으로 졌다. 장우진-임종훈은 세계선수권에서 2회 연속 은메달을 따내는 등 남자 복식 세계 랭킹 1위를 달리고, 마룽-왕추친은 랭킹도 없었지만 워낙 개인 기량에서 차이가 났다.
1게임에서 장우진-임종훈은 좌우 공격이 조화를 이루며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마룽과 왕추친이 차츰 호흡을 맞추면서 3게임을 잇따라 내줬다.
왕추친과 마룽은 남자 단식 세계 랭킹 2, 3위에 올라 있고, 지난 201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에서 복식 금메달을 합작한 바 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새로운 파트너와 짝을 이뤄 복식 랭킹이 없었지만 9위인 장우진, 17위 임종훈보다 객관적인 기량에서 우위에 있는 선수들이다.
앞서 열린 4강전에서도 안재현(한국거래소)-박강현(한국수자원공사)이 판전둥-린가오위안에 역시 1 대 3(9-11 11-9 6-11 7-11) 1 대 3 패배를 안았다. 2게임을 따냈지만 거기까지였다.
판전둥은 단식 세계 랭킹 1위, 린가오위안도 세계 6위에 올라 있다. 안재현-박강현과 마찬가지로 복식 세계 랭킹이 없지만 개인 기량에서는 세계 최정상급이었다.
이에 따라 한국 남자 복식은 동메달만 2개를 수확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한국 대표팀은 여자 단체전 은메달, 남자 단체전 동메달, 혼합 복식 임종훈-신유빈(대한항공)의 동메달까지 5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후 임종훈은 "중국을 이기기 위해선 '닥공(닥치고 공격)'도 좋지만 공수 밸런스가 중요하다"면서 "중국은 닥공이 아니라 공수를 모두 잘하기 때문에 뚫리지 않아 범실 없이 리시브를 단단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우진은 오는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에 대해 "좋은 리허설을 했고 각성하는 계기가 돼서 마음을 독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기술적으로도 업그레이드해 더 단단한 강자가 돼야 한다. 좀 더 반성하고 더 열심히 훈련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시상식 뒤 만난 안재현은 "잘 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다시금 벽을 느꼈다"면서 "20년 이상 기계처럼 실수 없이 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이기려면 더 과감하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강현도 "앞서가던 첫 게임을 놓친 것이 아쉬웠고, 중국은 확실히 이기는 방법을 알고 경기하는 것 같다"면서 "둘이 처음 짝을 이뤘지만 호흡은 생각보다 좋은데 이번 대회에서 가능성을 찾은 만큼 한계를 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중국의 집안 잔치인 남자 복식 결승에서는 판전둥-린가오위안이 마룽-왕추친에 3 대 2(11-9, 4-11, 11-9, 11-13, 11-8)로 이기고 금메달을 따냈다. 린가오위안은 앞서 열린 혼복에서도 우승해 2관왕에 올랐다.
한국 대표팀은 남녀 단식에서 모두 전날 16강전에서 탈락한 상황. 대회 마지막 날인 10일 여자 복식 신유빈-전지희(미래에셋증권)이 4강에 올라 우승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