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흐름 좌우하는 유가 급등세…韓도 美도 고민깊어

국제유가, 7일 소폭 하락했지만 몇달 전에 비해 급격한 상승세
변수는 중국 경기회복과 대체유 가능 여부
연말 배럴당 100달러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와
한국, 경기도 불황인데…'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미국도 물가상승에 따른 긴축 여부 고민

미국 LA의 유류 저장고. 연합뉴스

최근 유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전세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7일 소폭 하락하기는 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유가 낙관론과 비관론이 함께 존재한다.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6.87달러로 전날보다 0.67달러(-0.8%) 하락했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연장 결정으로 9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뒤 소폭 하락 전환했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각각 하루 100만 배럴, 하루 3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12월까지 연장한다고 지난 5일 발표한 바 있다.

최근 유가가 단기간 지나치게 올랐다는 인식이 커진 게 국제유가에 약세 조정 압력을 키웠다. 유가 강세 지속 시 이란산과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대안이 될 것이란 관측도 유가의 추가 상승을 제약했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수출입 지표도 유가에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의 8월 원유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30.9% 급증했지만, 수출이 8.8% 감소하며 글로벌 원유 수요 감소 우려를 키웠다. 중국 경제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예상과 다르게 침체를 겪으면서 석유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감소한다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소폭 하락세 전환하기는 했지만 최근 유가 급상승세는 심상치 않다. 전날인 6일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 가격은 9일 연속 상승해 배럴당 87.54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11일 이후 10개월만에 최고치다.

국제유가는 몇달 전과 비교해도 급등세가 확연하다. 국내로 들여오는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경우 지난 5월 배럴 당 73~75달러에 불과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7월 80달러를 넘었고 지난 6일에는 배럴당 91.69달러까지 돌파했다.

일각에서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가 강세장이 펼쳐질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내년 연말에 배럴당 107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의 이전 전망은 내년 말 기준 배럴 당 93달러였다.

국제유가. 연합뉴스

남아란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은 통상 유가가 전 고점 대비 50% 정도를 회복할때까지 지속됐다. 따라서 이번 감산도 유가가 95달러로 회복될 때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최소 90달러 안팎의 높은 수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속이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를 가늠하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이를 우려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잭슨홀미팅에서 금리 동결을 시사하면서도 "추세 이상의 성장이 지속되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라갈 위험이 있어 추가 긴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우리나라 역시 유가 상승 추이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유가가 더 오르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물가상승률이 10월 이후 둔화해 연말까지 3% 내외로 등락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변수가 국제유가가 됐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물가까지 상승하면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가 상승세가 차츰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임환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 속 수요의 점진적 둔화가 이어지고 있어 일시적인 상승재료가 소멸된 이후 유가는 80달러 전후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