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송금 사건의 제3자 뇌물 혐의 피의자로 9일 검찰에 출석한다. 이 대표 조사를 목전에 두고 핵심 피의자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대북송금과 이 대표의 관련성을 시인한 자신의 진술을 다시 번복했다.
특히 이 전 부지사 측은 "8개월 이상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 대표 혐의를 인정하라는 집요한 압박을 받았다"며 이를 기록한 '옥중 비망록'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가 자신의 진술 조서 증거 채택에 부동의하면서 그 근거로 검찰의 압박을 주장한 만큼, 향후 법정에서는 비망록의 존재 여부와 세부 내용 등을 두고 양측의 첨예한 진실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화영 "검찰 압박·진술 요구 등 '비망록'에 정리"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최근 이뤄진 변호인 접견에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벌어진 진술 압박 등을 상세히 기록한 비망록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비망록에 대해 이 전 부지사는 "(검찰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를 협박했고 구체적으로 어떤 진술을 요구했는지도 모두 정리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앞서 이 전 부지사는 지난 7일 수원지법 형사합의11부(신진우 부장판사)에 증거 인부서를 내고 검찰 측이 제시한 자신의 피의자 신문조서 9개에 대한 증거 채택을 거부했다. 이와 동시에 쌍방울 대북송금과 이 대표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내용의 자필 옥중 편지를 변호인을 통해 공개했다.
이 전 부지사는 편지에서 "이화영과 경기도는 쌍방울 김성태에게 스마트팜 비용뿐 아니라 이재명 지사의 방북 비용을 요청한 적이 결코 없다"며 "이화영은 당시 이재명 지사에게 이와 관련한 어떤 보고도 한 적이 없으며 김성태와 전화 연결을 해준 사실도 없다"고 했다.
이어 "같은 사안에 대해 8개월 이상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이 대표 혐의를 인정하라는 집요한 압박을 받았다"며 "별건 수사 등 추가 구속기소 압박을 받으면서 이재명 지사가 관련된 것처럼 허위로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檢 "진술 압박 없었다…이화영 진술 번복 경위 수사"
검찰은 이에 대해 "이 전 부지사 진술만으로 범죄 혐의를 단정하지 않는다"며 "수많은 인적 물적 증거를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 재판을 공전으로 지연시킨 후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으며 이재명 대표 측에 유리한 내용으로 번복한 진술서를 외부로 공개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 "검찰 조사는 정상적으로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수사 절차에 대한 이의 제기는 한 번도 없었다"며 진술 압박 및 회유 주장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 경위 등에 대해 배우자와 변호인의 진술 왜곡 시도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봉수 수원지검장도 취임 첫날인 지난 7일 "최근 형사사법 절차를 방해하고 지연시키고 무력화시키는 사법방해 범죄들이 있다"며 "진실 발견을 저해하는 위증, 당사자만 볼 수 있는 증거기록을 빼돌려 진실을 왜곡 조작하는 범죄, 허위 증언을 날조해 악용하는 증거 위조, 부당한 수사 재판 지연 등에 대해 엄정 대응해 달라"고 주문했다.
李대표 관련성 진술 '증거 부동의'…법정 공방 불가피
검찰은 지난 6~7월 이 전 부지사로부터 "2019년 당시 쌍방울이 방북 비용 300만달러를 대납하기로 했다고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 전 부지사가 그해 12월 평화부지사를 그만두면서도 '쌍방울이 북한 측에 돈을 준 것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내용의 진술도 검찰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런 내용이 담긴 진술 조서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재판부에 증거로 신청했지만 이 전 부지사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로부터 진술 압박을 받는 상태서 나온 진술로 '임의성(자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은 이 대표가 쌍방울의 대북송금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핵심 주요 증거 중 하나다. 검찰은 다른 물증과 인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일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전날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2021년 대선 당시 민주당 경선 후보의 후원자 명부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앞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최근 이 전 부지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경선 과정에서) 최소 1억5천만원을 이 대표 측에 기부했고 관련 자료도 다 제출하겠다"고 법정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