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살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서울 서이초 집회에 다녀오고는 그래도 마음이 좀 편안해진다고 말했어요.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기대도 많이 했고요. 한 번인가 빼고는 모든 집회에 다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7일 숨진 대전 40대 초등학교 교사 A씨 유족 B씨의 말이다.
유족의 말에 따르면, 4년 간 고통에 시달렸던 A씨는 살기 위해 사력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국 4년 전 악몽에서 벗어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서이초 사건이 터지고 나서 옛날에 그 트라우마가 계속 떠오른다고, 계속 생각난다고, 힘들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고통은 오롯이 A씨의 몫이었다.
"터지면 그냥 좋게좋게 넘어갔으면 좋겠다는 주변 이야기 말고는 오로지 혼자 감당해야 해야 하죠. 내가 이 사건을 항변하고, 내가 변호사를 찾으러 다녀야 하고, 사람들에게 사건을 설명해야 했어요"
도움을 청해봤지만, 남는 건 실망 뿐이었다.
"처음에 악성 민원이 소송으로 확대된 즈음, 이것은 틀림없는 교권 침해라고 생각하고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런데, 공식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밟았는데 좌절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교권보호위원회가 안 열리게 됐다며 많이 실망하고 힘들어했던 기억이 나요."
앞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대안학교 '성장학교의 별' 교장인 김현수 교수는 지난 5일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교사들이 반복적인 악성 민원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가운데 교육부가 교사들의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아 집단 트라우마가 촉발된 것"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집회에 참석한 2년차 초등교사 박 모(25)씨는 "교사에게 악성 민원이 들어왔을 때 교육청, 학교 관리자도 교사를 지켜주지 않았다"며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지난 7월 서울 서이초 20대 신규 여교사, 지난달 31일 서울 양천구 중견 교사, 지난 1일 정년을 1년 앞둔 경기 용인의 60대 교사에 이어 어제(7일) 대전의 20년차 40대 초등학교 여교사.
연령도 경력도, 성별도 가리지 않고 계속되는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
교사들의 집단 트라우마가 깊어지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