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7일 오후 5시 김만배 육성 녹음 파일 원본 전체 72분 분량 내용을 일체 편집 없이 공개한다.
이에 대해 뉴스타파는 6일 "지난 대선 직전 대장동 사건 등과 관련한 김만배씨의 음성 파일을 다룬 뉴스타파 보도를 두고 검찰과 대통령실, 정부·여당이 '허위 인터뷰' '대선 개입' 등의 주장을 제기하는 상황"이라며 "대화 녹음 시점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확정 시점 비교, 녹음 파일에 나오는 주요 내용 등에 기반해 철저히 반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실과 여당 등의 주장대로 김만배씨가 직접 밝힌 '검사 윤석열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이 정말로 아무런 근거 없는 '가짜 뉴스'인지, 지금까지 뉴스타파의 취재 결과를 종합해 검증하겠다"며 "이 의혹을 포함해 72분짜리 녹음 파일에 담겨 있는 다른 여러 의혹을 최초로 조명해 사실 여부를 살펴봄으로써 김씨 주장의 허위 가능성을 따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만배씨는 지난 2021년 9월 15일 당시 신학림 뉴스타파 전문위원과의 만남에서 "2011년 대검 중앙수사부가 부산저축은행을 수사할 당시 대검 과장이던 윤석열 검사가 브로커 조우형씨에 대한 수사를 무마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뉴스타파는 대선 3일 전이던 지난해 3월 6일 해당 내용을 보도했다.
이를 대선 사흘 전 보도한 데 대해 뉴스타파는 "당시는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과 검찰에서 흘러나온 의혹과 주장이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시점이었다. 대장동 사건이 본격화되기 전 녹취된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 육성은 보도 가치가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며 "김씨 육성은 뉴스타파 보도 전까지 어느 언론사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녹취파일을 입수한 직후 분석한 결과, 대장동 사건 관련 핵심 주장 두 가지를 확인했고, 대선을 앞둔 시점이었지만 숙고 끝에 시민들의 알권리를 돕기 위해 보도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뉴스타파가 확인했다는 김만배씨의 대장동 사건 관련 핵심 주장 두 가지는 다음과 같다. △2011년 당시 윤석열 검사가 과장으로 있던 대검중수부 수사2과는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장동 자금책 조우형씨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았으며, 여기에는 자신이 소개했던 조우형의 담당 변호사인 박영수 전 특검의 영향력이 개입됐다. △'이재명 성남시'가 김만배씨 등이 주도한 대장동 사업에 특혜를 준 사실이 없다.
"특정 후보 겨냥한 '허위 인터뷰' 의심, 합리성 없다"
해당 보도를 두고 대통령실 측은 지난 5일 "대장동 사건 몸통을 이재명에서 윤석열로 뒤바꾸려 한 정치공작적 행태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며 "날조된 사실, 공작의 목표는 윤 후보의 낙선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를 전후해 정부·여당 등은 '뉴스타파가 일찌감치 녹음 파일을 확보하고도 이를 감춰 오다가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대선 사흘 전에 보도했다'는 취지로 '허위 뉴스'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뉴스타파는 다음과 같은 논리로 반박하고 있다. △김만배-신학림 녹음파일 대화는 2021년 9월 15일에 이뤄졌다. △그날은 국민의힘 당내 대선경선 후보 8명이 결정된 날이다. △윤석열 경선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된 건 2021년 11월 5일로 김만배-신학림 대화가 있은 지 약 50일 뒤였다. △김만배-신학림 사이 1억 6500만원의 금전거래는 2021년 9월 20일에 이뤄졌다. △녹취가 이뤄진 시점은 대장동 사건이 막 시작된 때로 윤석열·박영수는 물론 핵심 당사자인 김만배의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때였다.
결국 "녹음파일이 만들어졌던 때는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될지 전혀 알 수 없던 때인 만큼, 특정 후보를 겨냥한 허위 인터뷰라는 의심은 합리성이 없다"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정부·여당은 '뉴스타파가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윤석열이 커피를 타줬다고 보도했다'는 사실 관계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문제의 핵심은 (당시) 윤석열 검사가 (대장동 자금책) 조우형에게 직접 커피를 타줬는지, 혹은 직접 만났는지가 아니라 조우형 사건을 왜 수사하지 않았는지, 2011년 대검 중수부에서 기소하지 않은 사건을 왜 2015년 수원지검에서는 기소했는지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한마디가 총동원령처럼…기이한 풍경에 엄중 경고"
언론 관련 단체들은 이번 사안을 정부·여당의 언론 탑압, 독립 훼손으로 규정하면서 즉각 중단한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은 6일 낸 '한국 언론사에 오욕으로 남을 언론 탄압을 당장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대통령실의 한마디로 언론 관련 모든 기구가 총동원되고 있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5일 대통령실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의 대화 녹취록 보도와 관련해 '대장동 주범과 언론인이 합작한 희대의 대선 정치 공작 사건'이라 규정지었다. 대통령실 성명이 나온 같은 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해당 뉴스타파 보도와 관련된 KBS, MBC, YTN 등의 보도 약 70건을 긴급 심의하겠다고 결정했다. 오늘(6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관련 보도를 '심각한 가짜뉴스'라고 규정하고 '가짜뉴스 근절 TF를 가동해 방송·통신 분야의 가짜뉴스 근절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언론노조는 "대통령실의 한마디가 마치 총동원령처럼 작동해 심의·규제 기관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이 기이한 풍경에 엄중한 경고를 보낸다"며 "심의 절차와 결과의 검토를 무시하고 국회의 입법권한까지 침해하면서 벌이는 지금의 속도전은 명백한 월권이자 위법 행위"라고 성토했다.
이어 "대통령실 말 한마디에서 나온 이 합작품은 김만배 녹음파일 사건을 빌미로 이명박도 모자라 전두환 정권의 언론통폐합을 연상케 하는 전방위적 언론장악"이라며 "방심위와 방통위 모두 기관의 역할과 권한을 넘어 한국 언론사에 오욕으로 남을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헌법적·위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커피 안 타 줬다 한들, 의혹 자체 사라지지 않는다"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도 이날 '정치공작·국기문란으로 몰아가는 자가 원하는 건 무엇인가: 뉴스타파 보도를 국기문란으로 프레임화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여당은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파일 보도를 '공작'으로 몰아가며 언론을 탄압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폐간'이라는 말의 무게를 모르는가. 정치인의 입이 깃털만큼이나 가볍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드러난 사실과 의혹은 구분돼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뉴스타파의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하지만 무엇이 가짜이고 무엇이 진짜인지 헷갈리게 만들고 있는 건 정부"라며 "정치공작·국기문란 프레임을 작동시켜 뉴스타파 보도 전체를 가짜뉴스로 몰아가고, 인용한 언론사까지 손보겠다는 정부의 의도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사건을 보다 면밀히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의혹과 관련해 "정부·여당은 '김만배의 거짓말' 하나로 의혹 자체를 무마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조우형이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봤는지 아닌지' '누가 커피를 타 줬는지'는 사건의 본질이 아니"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조우형은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전 회장의 사촌 처남으로, 2009년 대장동 민간개발업자들한테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사업자금 1155억원을 대출 받도록 불법 알선한 혐의로 2015년 기소돼 2년 6개월의 실형을 살았다. 문제가 된 건 2011년 같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점이다. 당시 조우형씨의 변호인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였고, 주임 검사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사건 무마'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커피를 타 준 게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었다고 한들, 의혹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언론연대는 "이번 사건을 정치공작으로 몰고 가 반헌법적인 언론탄압을 자행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 다시 보라. 김만배 녹취파일 보도를 확대해석하고 키우는 건 누구인가. 그리고 이득을 보는 자는 또 누구인가"라며 "윤석열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벼르고 있던 언론을 일거에 손보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그를 위해 폭력적인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그 끝은 언론의 독립성 훼손이자, 민주주의 후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