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기회는 생각보다 금방 찾아왔다. 두 번째 미니앨범 '오버 더 문'(Over The Moon)의 타이틀곡 '노크'(KNOCK)가 잘 풀렸다. 노래 좋다는 입소문이 났고, 숏폼 콘텐츠를 활용한 댄스 챌린지도 큰 인기를 끌었다. 틱톡 챌린지 누적 조회수가 2억 회에 달할 정도였다. 전작의 성공은 이번 컴백을 조금 더 앞당긴 배경이 되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이채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8월의 마지막 날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첫 싱글 '더 무브 : 스트리트'(The Move : Street)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에서 이채연은 살짝 긴장한 얼굴로 취재진을 맞았다. 동시에 팬들의 성원으로 금세 신곡으로 돌아온 것을 고마워하고 기뻐하는 기색도 찾아볼 수 있었다.
발레 슈즈와 운동화가 같이 그려진 티저 포스터, '렛츠 댄스'(LET'S DANCE)라는 타이틀곡 제목 등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번 싱글은 이채연의 장기이자 강점인 '춤'을 더 전면에 세운 결과물이다. '렛츠 댄스'를 두고 이채연은 "춤에 대한 열정과 저의 애정이 담긴 곡이다. 누구든지 함께 춤추면서 즐기자는 메시지가 담겼다"라고 소개했다.
'노크' 때 함께 작업한 서용배 프로듀서와 안무가 로잘린이 신곡에도 참여했다. 이채연은 "두 번째로 합을 맞추다 보니까 서로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돼서 수정할 것도 별로 없었다. 그런 영향으로 컴백이 빨라진 것도 있다"라고 귀띔했다.
이번 곡 안무 난이도는 어떤지 질문하자 "'노크' 때 퍼포먼스로 사랑을 해 주셨다 보니까 그 정도 레벨에서 더 다운(down)이 되면 안 될 것 같아서 (이번 안무는) '노크'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됐다고 생각한다. 더 하드하게 돌아왔다"라고 말했다.
뮤직비디오에는 콘셉트에 맞춰 스트리트 댄서로 변신한 이채연이 다양한 장르의 안무를 소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안무에는 탱고와 셔플이 들어갔다. 퍼포먼스에 참여한 부분이 있냐고 묻자, 이채연은 "욕심은 있지만 아직 제 실력이 메이킹하는 데까지는 못 미친다고 생각해서 지금은 멀리서 바라보는 관점에서 수정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더 시선을 사로잡을까 하면서 고쳐나가는 정도"라고 답했다.
특히 '케이브'에 애정이 간다고. 이채연은 "메시지가 마음에 든다. 동굴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곡인데 어둡고 습한 동굴이 아니라 포근하고 개성 있는 느낌의 동굴이어서 '어, 나를 위한 곡인가?' 했다"라고 설명했다.
전작의 성공은 이채연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남겼다. 이채연은 "'노크' 반응이 좋다 보니 대중분들에게 반응 좋았던 부분이 뭘까, 퍼포먼스일까, 중독성 있는 멜로디일까 했다. 사실 삼박자가 다 맞아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서 이번에도 그렇게 큰 도전 없이 자연스럽게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가져가면서 조금 더 변화된, 발전된 퍼포먼스를 가미했다. '노크'보다는 업그레이드 되었지만 그래도 저의 방향에서는 틀어지지 않게 무대를 꾸미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다른 멤버들과 힘을 합쳐 활동하는 그룹 때와는 달리 솔로 가수는 본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 훨씬 큰 자리였다. 이채연은 "12명이서 그룹(아이즈원)할 때는 파트도 나누고, 메인 댄서라는 저의 영역이 있었고 그만한 역할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만 사실 활동해 왔다. 솔로 가수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저 혼자 무대를 꽉 채워야 하다 보니, 한 무대 한 무대 끝나면 끝날수록 상실감이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반응이 좋은 만큼 무대에서의 자신감과 확신이 다르더라. '노크' 후 '이게 내 매력인가?' 싶은 부분도 많이 찾게 됐다"라며 "웃으니까 사람들한테도 밝은 에너지를 줄 수 있구나 해서, 앞으로도 무대에서 좋은 에너지를 보여주고 싶다"라고 부연했다.
솔로 활동이 만만치 않더라도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것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이채연은 "조금 더 자신 있게 저다운 모습을 보여드리려면 저한테도 확신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일부러 끌어올리려고 했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많은 자신감을 주셔서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장점이 된 것 같다"라고 전했다.
아이즈원에서 메인 댄서를 맡았고 댄스 서바이벌인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도 나갔던 이채연. 본인이 생각하는 강점 역시 '춤'이다. 바로 떠오르는 강점이 있다는 건 장단이 있다.
이채연은 "제가 솔로다 보니까 앨범 수록곡 전부 다 완곡으로 부르지 않나. 곡 하나하나 다 다른 느낌을 주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서 어떻게 부르면 좀 괜찮을까,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까 고민한다. 앨범 낼 때마다 소리가 더 딴딴해졌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이번 앨범에서 그런 성장을 느꼈는지 묻자, 이채연은 "저는 연습생 이후로는 실력이 안 늘 줄 알았는데 녹음을 하면 할수록 계속 늘더라"라며 "앞으로도 계속 노력을 멈추지 않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춤을 통해서 저한테 관심을 가져주시고 그게 노래까지도 연결되면 너무 감사할 것 같다. 계속해서 연습하고, 음색도 그렇고 꾸준하게 알맹이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라고 한 이채연은 '자기 단련'에 열심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나태하게 집에 있는 걸 못 견딘다. 저는 일을, 스케줄을 너무 좋아한다"라며 비활동기에도 안무를 배우러 다녔다고 전했다. 컴백을 코앞에 둔 인터뷰 당일에도 새벽 4시까지 연습하다 나왔다고 소속사 관계자가 덧붙였다.
이채연은 "왁킹이랑 텃팅까지는 해 봤다. 해 보고 싶은 장르는 너무 많지만, 하나를 제대로 하지도 않고 여러 가지를 하면 뭔가 이도 저도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왁킹을 배우더라도 이걸 완벽하게 하고 다음 거를 배우고 싶어서 다양한 걸 쉽게 빨리 배울 수는 없었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객관적인 평가를 듣기 위해 무엇을 보는지 궁금했다. 그랬더니 이채연은 "진짜 객관적인 평가는 저희 엄마가 해 주신다. 정말 냉철하시다. 모든 무대, 거의 모든 스케줄 피드백을 해 주신다. 예를 들면 '노크' 활동 중 '노빠꾸 탁재훈' 채널 나갔을 때 '채연아. 너무 노잼(재미 없음)도 아니었고 너무 나대지도 않아서 너무 좋았다' 이런 식으로 말씀해 주셨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하고 싶은 것은 투어다. 이채연은 "RBW 패밀리 콘서트 때 해외 팬분들을 3년 만에 일본 가서 만났다. 그때 기억이 좋았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빨리 저의 곡을 많이 쌓아두고 얼른 팬 미팅 투어라든지 해외 팬분들을 뵈러 다니고 싶은 제 욕심이 있다. 아직 곡이 많이 없어가지고…"라고 말끝을 흐렸다.
미니앨범 두 장, 싱글 1장. 솔로 데뷔 후 발표한 곡은 12곡이다. 투어를 위해 더 많은 앨범을 낼 계획이 있는지 질문하자, 그는 "너무 있다"라고 답했다. 이채연은 "제 곡이 쌓일 때마다 되게 뿌듯함이 큰 것 같다. 그룹 때도 좋았지만 아이즈원이란 이름으로 곡이 만들어졌던 거고, 저는 이채연이라는 이름으로 곡이 쌓이는 거니 그 기분이 남다르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어 하려면 많은 곡이 있어야 하는 거고 그러면 저는 많은 앨범을 내야 하는데 그게 너무 좋다. 계속 저는 (새 앨범 발매를) 어필할 거다. 곡 수가 미달되어서 투어 돌지 못한다고 하면 커버곡이라든지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을 끌어와서, 그렇게 해서라도 해외 팬분들을 만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