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를 이끄는 수장이 결국 중도 사퇴했다. 협회의 거액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데다 배임 의혹까지 받는 상황에 임기를 채우지 못하게 됐다.
대한테니스협회는 6일 오후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 2층 회의실에서 2023년도 제5차 이사회를 열었다. 제28대 정희균 회장은 이 자리에서 공식 사퇴했다.
정 회장은 "협회가 풍전등화의 상황이고 모든 책임을 내가 지겠다고 말씀드렸다"면서 "고심 끝에 사임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고 이사진께 말씀드리는 것이 도리라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협회가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내가 사임을 하는 것이 가장 첫 번째 수순이라고 판단해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 회장이 사임서를 제출함에 따라 예종석 부회장이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됐다. 회장이 궐위된 경우 부회장 중 연장자 순으로 직무를 대행한다는 정관 제21조 4항에 의거해서다.
정 회장은 2021년 1월 제28대 협회장으로 선출됐으나 4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협회는 회장의 남은 임기가 1년 이상일 경우 새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규정에 의거해 60일 이내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일단 미디어월에 대한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게 컸다. 협회는 전임 집행부 시절 경기도 구리시 육군사관학교 코트 리모델링과 관련해 미디어윌과 소송에서 패소해 생긴 60억 원 이상의 부채를 생겨 초유의 압류 사태를 겪었다. 정 회장은 지난해 30억 원의 빚을 탕감하는 대신 나머지를 갚고, 육사 코트 운영권을 미디어윌에게 주는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이행하지 못했다. 결국 미디어월이 다시 압류를 걸면서 협회 행정이 마비됐다.
여기에 정 회장은 취임 당시 만든 한국주니어테니스육성후원회를 통해 협회 명의로 맺은 다수 계약의 후원금과 국제대회의 광고 수익 일부를 받아 사적으로 쓰는 배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승강제 리그 공인구를 부풀려 계약했다는 의혹도 일었다. 이에 정 회장은 "협회의 압류로 인해 불가피한 상황에 처해 있었기에 의도치 않은 일들이 발생했을 수 있다"면서도 "협회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불법적인 일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정 회장은 지난달 30일 협회 이사회 직후 직원 급여 지급, 자신의 배임 의혹에 대한 스포츠윤리센터 조사 등 문제가 해결되면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 정 회장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예종석 회장 직무대행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내일부터 협회에 출근해 상황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본 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다음 이사회를 소집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임기는 2025년까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