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VIP에 한해 관람할 수 있었다. 오후 1시에 입장이 시작되고 2시간 정도 지나자 프리즈 서울 행사장인 3층(C·D홀)은 인파로 가득 찼다. 다소 한산했던 키아프 1층 행사장(A·B홀) 역시 오후 5시가 되자 붐비기 시작했다. VIP들이 프리즈 서울을 먼저 관람한 뒤 키아프로 발걸음을 옮겼기 때문이다.
이날 프리즈 서울 행사장에서 만난 악셀 베르보르트(벨기에 악셀 베르보르트 갤러리) 대표는 "지난해는 관람객이 한국인 위주였는데 올해는 국적이 다양해진 것 같다. 전시장을 휙 둘러보고 가는 게 아니라 특정 작품에 관심을 갖고 집중하는 관객이 많아진 것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프리즈 서울에는 30여개국, 120여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행사장은 △메인 섹션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 △포커스 아시아 섹션으로 구성했다. 지난해 세계적인 거장의 걸작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던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 부스 앞에는 올해도 관람객들로 북적거렸다.
특히 제프 쿤스의 대형 흰색 조각 '게이징 볼'과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을 선보인 로빌란트 보에나 부스, 폴 세잔, 파블로 피카소, 에곤 실레,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등의 작품을 모아놓은 스티븐 옹핀 파인 아트 부스, 권대섭의 달항아리·윤형근의 단색화·라이문드 기르케의 회화가 이질감 없이 동서양의 조화를 뽐낸 악셀 베르보르트는 포토 스팟으로 각광받았다.
국내 갤러리 중에서는 갤러리현대와 학고재가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에 참여했다. 여성 추상화가 이성자의 회화로 솔로 부스를 꾸민 갤러리현대 역시 붐볐다.
메인 섹션에서는 필립 거스틴의 '컴백 1'을 들고 온 하우저앤워스, 백남준의 'TV부처' 등을 전시한 가고시안, 캐서린 번하드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가져 온 데이비드 즈워너 등 세계 유수 갤러리뿐만 아니라 '숯의 화가' 이배의 신작 3점을 내건 조현 화랑이 눈길을 끌었다.
이배는 지난 6월 6.5m 높이 대형 숯조형물 '불로부터'가 미국 뉴욕 록펠러센터 채널가든 광장에 세워져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서민언 조현화랑 세일즈 디렉터는 "이배 작가가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조각 2점과 회화 1점을 새로 제작했다. 3점 모두 개막 전 완판됐고 현재 웨이팅을 받고 있다"고 말햇다.
도쿄 갤러리는 이우환, 박서보, 이강소 등 한국 단색화 거장의 작품을 전시해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도쿄갤러리 관계자는 "1975년 도쿄 갤러리에서 한국 단색화의 시초가 된 '5인의 회색전'을 열었고 당시 맺은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암투병 중인 박서보 작가는 이날 휠체어에 의지한 채 도쿄 갤러리를 둘러봤다.
장승택의 겹 회화 시리즈를 선보인 학고재, 박서보의 묘법을 소개한 박여숙화랑, 이건용의 작품을 내건 리안갤러리 등이 눈길을 잡아끌었다. 단체 도슨트 투어에 나선 외국인 관람객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들은 감창열의 '물방울 회화', 백남준의 설치작품 등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자세히 살펴봤다.
프리즈 서울은 9일까지, 키아프는 10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