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인터뷰' 논란, 커피는 본질이 아니다[권영철의 Why뉴스]

본질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팀의 조우형 불입건
신학림, 김만배 공식인터뷰 아니고 몰래 녹음
'기획 인터뷰?' 6개월 전에 일어날 일 예측 가능한가?
1억5천만원은? 신학림 "책값" vs 김만배 "판권 대가"
"확정되지도 않은 사실 근거로 언론에 재갈 물리려 해선 안돼"


◇정다운> '대선을 앞두고 허위보도를 했다' 정부여당은 희대의 대선 정치공작으로 규정했는데요. 아직 사실관계도 혼재돼 있어서 권영철 대기자와 중요한 쟁점들을 팩트체크 해보겠습니다.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당시 뉴스타파 전문위원이었는데, 김만배씨를 2021년 9월 15일에 공식 인터뷰 한 건가요?
   
◆권영철> 그건 아니라고 합니다. 지금 수사 대상이고 해서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에게 직접 듣지는 못했고 뉴스타파 쪽에 확인한 건데요. 정식 인터뷰가 아니라 대화를 하다가 중간에 몰래 녹음을 한 거라고 합니다.
   
녹음 전체분량이 72분쯤 되는데 그 녹음파일에는 화장실에서 소변보는 소리, 두 사람의 대화 도중 김만배씨가 다른 사람과 통화하는 내용 등등이 들어있고, 대화 내용도 대장동 관련만 있는 게 아니라 사적인 대화내용이 많다고 합니다. 내일 뉴스타파가 전문을 공개한다고 하니, 많이 드러나겠죠.
   
◇정다운> 둘이서 짜고 녹음한 건지, 실제로 몰래 녹음한 건지는 내일 전문을 보면 정황을 알 수 있겠네요. 그런데 신학림씨의 신분이 뉴스타파 전문위원이라는 게 정확히 어떤 건가요?
   
◆권영철> 뉴스타파에 문의했더니, 신학림씨는 뉴스타파 임직원이 아니라, 정재계 혼맥 전문가로서 대가를 받고 자신의 자료와 지식을 제공하는 용역관계라고 답했습니다.
   
◇정다운> 그럼 취재를 하는 기자는 아닌 거죠?
   
◆권영철> 그렇죠. 뉴스타파는 지난해 3월 6일 그러니까 대선 3일 전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를 했고 이틀 뒤인 3월 8일 <[현장에서] 김만배와 조선일보, 화천대유로 간 전직 조선 기자>라는 기사를 업로드했어요. 내용에 그런 대목이 들어있습니다.
   
◇정다운> 근데 취재하는 기자도 아닌데 왜 6개월이나 지나서 이 사실을 제보를 한거죠?
   
◆권영철> 당시 대화 내용을 보면 그런 내용이 있습니다. 대화를 녹음했지만 별 신경을 안쓰다가 대장동 문제가 점점 더 커지고 대선의 주요 이슈로 부각이 되면서, 그리고 2월 25일 후보 토론회를 지켜보면서 제보를 결심했다. 그래서 3월 4일 뉴스타파에 제보를 하고, 뉴스타파는 이틀간의 확인 절차를 거쳐서 3월 6일 보도를 한 겁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황진환 기자

◇정다운> 그럼 사전에 신학림씨가 김만배씨를 만나러간다는 사실을 뉴스타파에 공유했나요?
   
◆권영철> 뉴스타파에서는 공유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정다운> 공유한 바가 없다. 의혹의 핵심은 이런 허위 내용을 말하기까지 언론사와 또 민주당과 교감하지 않았느냐는 건데요?
   
◆권영철> 그게 여당이나 대통령실의 의혹 제기인데요. 신학림 전문위원이 2018년 5월부터 2022년 말까지 전문위원으로 위촉돼 있었다고 확인했습니다. 민주당과의 교감 여부는 신학림씨가 어떻게 답할지는 모르겠지만, 뉴스타파에서는 "대선 사흘 전이었지만 어떤 언론사가 이를 제보 받고 보도하지 않을 수가 있겠나. 제보 받고도 보도하지 않았다면 그거야 말로 국민에 대한 배임이다. 정말로 대선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었다면 사전투표 이전에 보도하지 않았겠느냐"는 답을 보내왔습니다.
   
◇정다운>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고 했다면 사전투표 이전에 보도했을 것이다?
   
◆권영철> 그러니까 기획 인터뷰였다면 처음부터 의도해서, 2주 전에 하는 사전투표 전에 공개를 해야 투표에 영향을 제대로 미치는 거죠.
   
사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비실명으로 '성명'을 냈는데, 성명을 비실명으로 내는 건 제가 35년째 기자생활을 하는데 처음 들어보는 겁니다만, 그 성명에 "김만배 신학림 거짓 인터뷰 대선 공작은 대장동 주범, 그리고 언노련 위원장 출신 언론인이 합작한 희대의 대선 정치공작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근데 6개월 전에 김만배씨는 자신이 구속될 걸 알고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신학림씨와 기획 인터뷰를 했다? 김만배씨가 그렇게 예측 능력이 뛰어난 사람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취재해보니 9월 15일은 대장동 관련 의혹 보도 초기였습니다. 첫 보도가 2021년 8월 31일 경기경제신문이 제일 먼저 보도했고, 주간조선이 9월 10일자로 기사를 받았습니다. 그 이후 중앙 언론들이 보도를 시작합니다.
   
뉴스타파에서도 3월 8일 보도에서 "김만배와 신학림의 대화 시점은 2021년 9월로 대장동 의혹이 막 떠오를 때이고, 언론에 부산저축은행이나 박영수 전 특검, 윤석열 후보, 대출브로커 조우형 등의 이름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을 때다. 그만큼 이들을 거론한 김만배의 진술에 때가 묻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깁니다. 특히 신학림과 김만배 두 사람은 예전 현직 언론인 시절 잘 알고 지내던 사이다. 기자와 취재원 관계로 만난 게 아니라 차 한 잔 하는 편한 자리에서 나눈 대화였다. 두 사람 다 그날 만남에 특별한 목적이나 의도가 없었다는 뜻이다"라고 보도 배경을 밝히고 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김만배 쪽 변호인에게 들은 얘기도 비슷합니다. 김만배와 신학림이 만난 시기는 김만배 이름이 거론되기 전이고, 김만배씨가 자신을 걱정하는 친한 언론인, 검찰고위직 출신 변호사들을 잇달아 만나던 시기라고 합니다.
   
특별한 목적이 있었다기 보다는 언론에서 계속 보도를 하고 정치권이 문제를 삼기 시작했으니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지 의견을 구하는 차원이었다는 겁니다.
   
◇정다운> 신학림씨가 1억5천만원에 부가세 포함 1억6천5백만원을 받은 건 어떤 명목인가요?
   
◆권영철> 신학림씨와 김만배씨의 주장이 엇갈립니다. 신학림씨는 책값을 받았다는 겁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왼쪽)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 연합뉴스

그래서 판권이겠지 생각했습니다. 족벌언론과 재벌이 혼맥으로 연결되는 내용을 담은 것이고 정식 출간이 되지 않았으니까 판권이라면 한권에 5천만원씩 3권이니까 1억5천만원이 되는 걸로 봤습니다. 법조인들도 판권이라면 1억5천만원은 이해가 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신학림씨는 족벌언론과 재벌가의 혼맥지도가 책으로 발간된 것도 아니고 엄청난 정보를 담고 있으니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뉴스타파에서도 신학림씨는 진심으로 그 정도 가치가 있는 걸로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김만배씨는 판권을 사는 대가로 준 거라는 입장입니다. 김만배씨 변호인쪽에서는 판권을 사는 대가로 준 것이라고 한다. 다만 계약서나 이런 게 있지는 않는 걸로 안다. 이렇게 전했습니다.
   
◇정다운> 이 사안을 빌미로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국기문란' 사건이라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언급했는데요.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요?
   
◆권영철> 이동관 위원장은 4일 국회 과방위에 출석해서 이른바 '허위 인터뷰'는 가짜뉴스에 그치는 게 아니라 중대범죄 행위라며 '국기문란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관련 보도는 수사 당국의 수사와 별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엄중 조치를 할 예정"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방통위는 이 위원장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발언과 관련해 "규제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에 그래서 보완입법이 필요하다"며, "국회측과 긴밀히 협의를 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추가 설명자료를 냈습니다. 그러니까 곧바로 네이버 제휴 언론사에서 퇴출하거나 그럴 방법이 없다고 답한 겁니다.
   
◇정다운> 공교롭게도 이동관 위원장의 언론 통제가 가시화 되는 국면에서 이 사건이 나왔는데요.  그런데 신학림씨가 돈을 계좌로 받았다면, 지난번 언론인들이 김만배씨에게 돈 받은 사실이 드러났을 때 같이 드러나지 않았을까요? 왜 이 시점에 문제로 불거졌을까요?
   
◆권영철> 여권이 지금 논란으로 삼고 있는 포인트가 '커피를 누가 타줬느냐'하는 겁니다. 김만배씨가 조우형에게 "대검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면 된다, 커피는 주임검사가 타주더라,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 사건 주임검사는 당시 대검 중수2과장인 윤석열 검사였다" 이렇게 된 겁니다. 이 말대로라면 윤석열 검사가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준 셈이 되는 겁니다.
   
그렇지만 중수2과장이 말이 과장이지만 부장검사고, 소위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막강한 힘을 가진 자리입니다. 조우형 같은 브로커를 직접 만나서 커피를 타주는 일은 없습니다. 그래서 중수2과장 아래인 박모 검사로 알려진 연구관이 커피를 타준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왜 이 시점에 이 사건이 '희대의 대선 정치 공작 사건'으로 부각됐을까?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비실명으로 성명까지 냈을까? 방통위원장은 왜 '국기문란'이라고 했을까? 하는 의문들이 있습니다.
   
대장동 비리의혹의 한 축은 대장동 사업의 종자돈이 된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 때 대검 중수부가 수사를 했는데 당시 주임검사가 윤석열 중수부 2과장이었습니다. 조우형씨가 1800억원대의 대출알선을 해주고 10억원 넘는 뒷돈을 받았습니다. 대검 중수부는 뒷돈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계좌추적까지 했지만 입건조차 안했습니다. 조우형의 부탁을 받은 김만배씨가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해줬고 박 변호사가 특수관계인 윤석열 주임검사에게 부탁해서 불입건 하도록 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입니다. 조우형씨는 4년 후인 2015년 수원지검에 구속돼서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지난해 3월 6일 뉴스타파의 보도 장면 잠시 보시면 김만배가 '"사건이 없어졌어"라고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2022.3.6 뉴스타파 [김만배 음성파일] 관련 보도 中
-누가? 박OO 검사가?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이러면서…"
   
-윤석열한테서? 윤석열이가 보냈단 말이야?
"응. 박OO (검사가) 커피주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물어보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
   
-박영수 변호사가 윤석열 검사와 통했던 거야?
"윤석열은 (박영수가) 데리고 있던 애지."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통했지. 그냥 봐줬지. 그러고서 부산저축은행 회장만 골인(구속)시키고, 김양 부회장도 골인(구속)시키고 이랬지."

이런 본질은 사라지고, 누가 커피를 타줬느냐 하는 지엽적인 문제로 '기획 인터뷰다' '희대의 대선 정치 공작이다' '국기문란이다' 하는 논란만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건 이른바 '허위 인터뷰'가 부각되면서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 문제와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을 둘러싼 논란, 교사들의 교권회복 주장 등의 주요 이슈들이 묻히고 있다는 겁니다. 법조계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단식을 깎아내리기 위한 의도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놓치지 말아야 할 건 이번 논란을 계기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를 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입니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에서 해온 대로 한상혁 방통위원장 해임과 KBS와 MBC 이사장의 해임처럼 마구잡이로 밀어붙일 일은 아닌 겁니다. 잘못이 있다면 사실관계를 제대로 밝혀서 그에 맞게 대처하면 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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