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풀어달라" 전세사기 '건축왕' 보석 신청…법원 기각

재판부 "도주·증거 인멸 우려 있어"…새 영장 발부
검찰 "피해자만 565명이지만 변제 안 이뤄져…죄책 무거워" 주장
피해자들 "건축왕, 반성은커녕 피해자 행새…구속 연장해야" 탄원

인천 미추홀구 아파트 입구에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인천=황진환 기자

430억원대 전세사기와 110억원대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른바 '건축왕'이 구치소에서 풀어달라며 법원에 보석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재판부 "도주·증거 인멸 우려 있어"…새 영장 발부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는 이날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건축업자 A(61)씨와 공인중개사 등 공범 3명의 보석 신청을 기각했다.
 
오 판사는 이들이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하면서 지난 3월 구속 기소된 A씨 등의 새로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형사소송법상 구속 기소된 날부터 1심 선고 전까지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다. 그러나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힌 혐의 수보다 기소할 때 공소장에 적힌 혐의가 더 많은 경우에는 구속영장에 포함되지 않았던 혐의에 대해 추가 구속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보석을 신청한 A씨와 공범 2명 등 3명에 대한 구속 기간은 앞으로 최대 6개월 더 늘어날 수 있다.
 

검찰 "피해자만 565명이지만 변제 안 이뤄져…죄책 무거워" 주장

인천 미추홀구 아파트 현관문 모습. 인천=황진환 기자

검찰은 이날 보석 심문에서 "재판 중인 전세사기 사건의 피해자만 565명이고 피해액은 450억원에 달하지만 피해 변제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피해자 4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피고인의) 죄책이 매우 무거워 중형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수사과정에서 휴대전화 은닉과 공범 회유 시도 등 행위를 한 전력이 있고, 핵심 공범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루어지지 않아 석방될 경우 증거인멸 우려가 매우 높다"고 구속 필요성을 설명했다.
 
앞서 A씨 등은 지난 1일 인천지법에 보석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재판부에 구치소에 구속된 상태여서 피해 복구를 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재판부에 보석 허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 "건축왕, 반성은커녕 피해자 행새…구속 연장해야" 탄원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장이 지난 4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가진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류영주 기자

A씨의 보석 신청 소식이 전해지자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등 피해자들은 인천지법에 A씨의 구속 기간 연장을 촉구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탄원서를 통해 "A씨 일당은 반성은커녕 '사기의 의도가 없었다', '자신도 피해자다'라고 항변하고 있다"며 "A씨 일당의 범행으로 전재산을 잃고 빚에 저당잡혀 살아가는 피해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533채의 전세 보증금 430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국내 전세사기 사건으로는 처음으로 A씨 일당 35명 가운데 18명에게 '범죄집단조직죄'도 적용했다.
 
A씨는 강원 동해 망상지구 도시개발 사업부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회사 자금 117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 받는다. 그는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2700채를 보유해 건축왕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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