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특징 중 하나는 도루 저지 능력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도루 시도를 잘 막아내는 수준을 뛰어넘는다.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을 때 뛰는 선수를 찾아보기 어렵다. 류현진은 2013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총 1032⅓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도루를 8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저지율은 50%(실패도 8회)였다. 주자 견제에 유리한 왼손투수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는 것이다.
류현진이 한국 시간으로 7일 오전 4시37분 미국 오클랜드 콜리세움에서 상대하는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는 '대도' 에스테우리 루이스가 있다.
우투우타인 루이스는 타율 0.249, OPS(출루율+장타율) 0.638을 기록 중인 평범한 타자다. 장타 생산 능력은 뛰어나지 않다. 올 시즌 398타수에서 홈런 3개만을 기록했다.
그러나 루이스가 1루로 나갔을 때는 누구보다 위협적인 선수가 된다.
루이스는 올 시즌 56도루로 아메리칸리그 1위, 메이저리그 전체 2위를 기록 중이다. 이 부문 1위는 내셔널리그 소속인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그는 63도루를 기록 중이다. 그는 7월 초부터 한 달 동안 부상 때문에 결장했음에도 아메리칸리그 1위를 빼앗기지 않았다. 도루 성공률은 무려 86.2%로 아쿠냐 주니어(85.1%)보다 높다.
지난 5일 토론토와 경기에서는 1루 대주자로 출전해 2루와 3루를 연속으로 훔치기도 했다.
만약 루이스가 류현진을 상대로 출루에 성공한다면? 마운드에 있는 것만으로도 도루 억제력이 뛰어난 류현진과 언제든지 2루로 달릴 준비가 돼 있는 루이스의 흥미로운 눈치 싸움이 펼쳐질 전망이다.
류현진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루이스에게 아예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올해 8월부터 팀에 합류해 6경기에 선발 등판, 3승 1패 평균자책점 2.48을 기록 중인 류현진은 7일 시즌 4승에 도전한다. 오클랜드는 42승 97패로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구단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팀 타율 꼴찌(0.224), 팀 출루율 28위(0.301), 팀 장타율 최하위(0.370)의 팀으로 누적 기록을 보면 충분히 해볼만한 타선이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다. 오클랜드는 지난 일주일 동안 리그 중위권 수준의 타격을 자랑했다. 왼손타자 1루수 라이언 노다가 좋은 타격 감각을 유지하고 있고 루이스의 최근 일주일 타율은 4할(15타수 6안타)이다.
다만 지난 5일 토론토전에서 홈런 2개로 3타점을 기록하는 등 절정의 타격 감각을 자랑했던 신인 로렌스 버틀러가 개인 사정으로 인해 전력에서 이탈했다는 점이 오클랜드에게는 안 좋은 변수다.
토론토의 타선도 100%는 아니다. 류현진과 좋은 호흡을 보였던 포수 대니 잰슨, 타격이 우수한 유격수 보 비셋이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다. 지난달 21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홈런 2개를 쏘아올려 류현진의 시즌 두 번째 승리를 도왔던 브랜든 벨트도 최근 몸이 좋지 않아 결장을 이어가는 중이다.
오클랜드 마운드는 그리 강하지 않다. 오클랜드가 선발로 예고한 왼손투수 JP 시어스는 올 시즌 3승 11패 평균자책점 4.60을 기록하고 있다.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9월 2일 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당시 상대는 기세가 크게 꺾인 LA 에인절스였다. 반면, 토론토는 와일드카드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