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일본 정부와 원팀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까지만해도 국제무대에서 지금과는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CBS노컷뉴스가 민주당 정책위원회를 통해 확보한 지난해 10월 3~4일 런던에서 열린 '제44차 런던협약 및 제17차 런던의정서 당사국 총회' 속기록 요약본(IMO 아젠다 아이템 17)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우선 윤 정부는 방류 문제가 환경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속기록 40페이지에 따르면 한국 대표단은 후쿠시마 제1원전에 저장된 폐수(wastewater)는 원전사고의 결과이므로 발전소 인근 지하수와 빗물을 포함한 물은 저장 전에 다양한 방사성 오염물질에 노출되었음을 강조했다.
대표단은 특히 런던협약·의정서 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해 해양환경적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런던협약·의정서는 해양환경 보호를 위해 폐기물의 해상투기를 금지하고 각 국가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를 점검·논의하는 국제협약이다.
우리 정부는 2019년부터 런던협약·의정서 당사국 총회 등에서 일본 원전 오염수 처리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는데, 지난해까지 이 기조를 유지해왔던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폐수에서 나오는 삼중수소나 중국 또는 한국의 원전 냉각수에서 나오는 삼중수소는 같다는 일본의 기존 입장에 대해서도 지난해 윤석열 정부는 비판했었다.
속기록 43페이지에 따르면 작년 한국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오염된 폐수의 배출은 정상적인 조건에서 해양 환경으로 배출되는 것과 동일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서 나오는 삼중수소의 연간 배출량이 중국 친산원전에서 나오는 삼중수소의 1/10밖에 되지 않는다는 식의 일본 논리가 시작부터 잘못됐다는 뜻이다.
한국 대표단은 특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에 면죄부를 부여한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권능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속기록 43페이지에서 한국 대표단은 "IAEA 권한(mandate)이 원자력의 평화적인 적용과 관련된 것인 반면, 런던협약·의정서는 해양환경 보호와 보존을 위해 제정된 것이므로 해양환경 보호의 관점에서 폐수 배출의 안전성에 다른 차원을 제공할 수 있다"며 거듭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폐기물의 해상투기를 금지한 런던협약·의정서 체제 안에서 다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작년 해양수산부는 당사국 총회를 마치고 낸 보도자료에서도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출될 경우 해양환경·생태계, 주변국 국민의 건강·안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또 스페인, 이탈리아 등 다수의 국가가 우리 정부의 입장에 공감을 표명했다고 전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