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장 기습 키스 후폭풍?' 스페인 女 대표팀 감독, WC 우승에도 경질

호르헤 빌다 감독과 루이스 루비알레스 회장. 연합뉴스
2023 국제축구연맹 여자 월드컵에서 스페인의 사상 첫 우승을 이끈 호르헤 빌다 감독이 전격 경질됐다.

스페인축구협회는 5일(한국 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빌다 감독의 퇴진을 발표했다. 사유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은 없이 "(빌다 감독이) 재임 기간 이룬 성공에 감사하다"면서 "덕분에 협회는 여자 대표팀 발전의 핵심이 되는 방법론을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2015년 스페인 여자 축구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빌다 감독은 지난달 20일 막을 내린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에서 팀을 우승을 이끌었다. 스페인 여자팀 사상 최초의 월드컵 우승이다. 

빌다 감독이 거둔 성과는 박수를 받아 마땅하지만 오점이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9월 대표팀 선수 15명이 빌다 감독의 지도 방식에 불만을 품고 훈련 보이콧에 나선 바 있다.

이때 빌다 감독에게 힘을 실어준 인물이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이다. 당시 빌다 감독은 루비알레스 회장의 지지에 힘입어 반기를 든 선수 15명 가운데 12명을 제외하고 월드컵에 나서는 강수를 둘 수 있었다.

에르모소(왼쪽)와 루비알레스 회장(오른쪽). 연합뉴스
루비알레스 회장은 최근 여자 월드컵 시상식에서 헤니페르 에르모소의 얼굴에 기습적으로 입맞춤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에르모소는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고, 에르모소가 속한 노동조합인 풋프로는 루비알레스에 대한 처벌을 촉구했다.

빌다 감독은 이런 루비알레스 회장을 옹호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협회의 임시 총회에서 사건 직후 거센 비난에도 사퇴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때 빌다 감독이 박수를 치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확산됐다.

앞서 스페인 여자 축구 대표팀에서는 빌다 감독을 제외한 코칭스태프가 대거 사퇴한 바 있다. 월드컵 코칭스태프와 연령별 대표팀 코칭스태프 총 11명이 사표를 던지며 루비알레스 회장을 향한 항의를 이어갔지만 빌다 감독은 홀로 침묵했다.

FIFA는 지난달 26일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90일간 직무 정지 징계를 내렸다. 스페인 사법 당국 역시 그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조사에 나선 상태다.

루비알레스 회장의 정직으로 실권을 잡은 페드로 로차 회장 대행은 곧바로 사과에 나섰다. 로차 회장 대행은 "협회는 루비알레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전 세계 축구계, FIFA·유럽축구연맹(UEFA), 선수들, 특히 국가대표 선수들과 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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