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기회만 오면 뛰고, 다른 한쪽은 저지하는 데 능하다.
5강 경쟁을 벌이는 4위 KIA 타이거즈와 6위 두산 베어스의 얘기다. 양 팀은 지난 5일부터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3연전을 치르고 있다. 5일 경기는 갑작스레 내린 폭우로 취소됐지만 6, 7일 뜨거운 2연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시리즈의 관전 포인트는 '도루와 저지'다. 가을 야구 티켓을 놓고 펼쳐질 치열한 경쟁을 가를 중요한 요소다.
박찬호에 김도영에 최원준까지…'나가기만 하면 일단 뛴다'
우선 KIA는 최근 빠른 발 야구를 선보이며 8연승 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선봉장에 있는 선수는 단연 박찬호다. 2019년과 2022년 도루왕에 등극했던 박찬호는 올 시즌 주춤하나 싶더니 어느덧 도루 27개를 기록하며 1위 LG 신민재를 3개 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박찬호의 도루 행진은 최근 가속도가 붙고 있다. 박찬호는 9월이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4번이나 베이스를 훔쳤다. 8월부터 9월 현 시점까지 총 도루 10개를 기록하며 무섭게 속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1루 베이스를 밟는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게 박찬호의 도루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다. 박찬호는 전반기 타율 0.272, 출루율 0.317를 기록했는데 후반기에는 타율 0.372, 출루율 0.454로 뛸 기회를 크게 늘리고 있다.
'바람의 후예' 김도영 역시 호시탐탐 베이스를 노린다. 올 시즌 도루는 15개. 시즌 초 발등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가 돌아온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무엇보다도 김도영 역시 타격에서 맹활약을 보이고 있고, 끊임없이 베이스를 훔칠 기회를 엿보는 선수다.
이밖에 최원준도 빠른 발을 가진 장점을 앞세워 KIA의 빠른 발 야구를 돕고 있다.
'절대 허용 못 한다'…도루 저지율 시즌 1위가 버티는 두산
날쌘 KIA의 발을 묶어야 두산이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이 믿을 구석은 '도루 저지율 1위' 양의지다.
이 감독은 지난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IA와 경기를 앞두고, 상대의 발 빠른 선수들을 잡기 위한 대비책을 묻자 "양의지가 지금 도루 허용률이 최저"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기록 자체만 보면 제일 좋다"며 "도루 허용이 적은 포수이기 때문에 양의지가 있으면 좋은 승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래도 (KIA의 발 빠른 선수들이) 당연히 뛸 것"이라며, "워낙 빠른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저희도 충분히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감독의 말대로 두산 안방마님 양의지의 이번 시즌 도루 저지율은 59%에 달한다. 양의지를 상대로 올 시즌 총 39번의 도루 시도가 나왔는데 이 중 양의지는 23번이나 저지했다. 시즌 1위에 달하는 기록으로, 2위 한화 박상언(38.9%)과도 큰 차이가 나는 수준이다.
이 감독은 또 "팀 포수들의 도루 허용이 적다"고도 했다. 실제 도루 저지율 1위인 양의지 말고도 이 랭킹엔 장승현 역시 32.1%로 6위에 올라 있다. KIA의 빠른 발과 붙어볼 만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이다.
9연승을 노리는 기세등등 KIA와 5위 재진입을 노리는 두산의 6일 매치업. KIA는 파노니를, 두산은 곽빈을 선발 투수로 내세운다.
두 팀 간 게임 차는 6경기. 더욱 기세를 높일 KIA의 빠른 발 야구가 나올지, 이를 저지하고 두산이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지 두고 볼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