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개시한 후 첫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런던협약 당사국 총회가 다음달 2일부터 6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열립니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취재하고 있는 이정주 기자 만나서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이 기자, 우리 방송에서도 여러 번 다뤘는데요. 런던협약, 어떤 겁니까
[기자] 짧게 말씀드리면,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는 취지의 국제 약속입니다. 1975년에 발효된 런던협약은 비행기나 선박, 그 이외 해양 구조물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협약을 좀 더 구체화시킨 이행 방안은 1996년에 채택됐습니다.
[앵커] 런던협약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기자] 런던협약과 런던의정서의 목적은 결국 해양 환경 보호에 있습니다. 회의는 1년에 한 번씩 열립니다. 지난해도 10월에 열렸고, 올해 역시 10월에 회의가 열리는데 국제해사기구(IMO) 주관으로 개최됩니다. 이번 회의에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결국 오염수를 버리는 방식이 '던질 투(投)'가 담긴 '투기'에 해당하느냐 아니냐가 여전히 핵심 쟁점입니다.
[앵커] 오염수 방류가 '던지는 행위'에 해당하느냐 여부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염수 해양 방류가 결정되기 전인 지난 2019년부터 우리 정부는 런던총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했습니다. 일본 측은 다핵종제거설비, 알프스(ALPS)를 거친 오염수를 해양에 선박이나 항공기를 통해 '투기'하는 게 아니라 파이프 라인을 통해 해저로 방류하고 있다는 논리를 들어 런던협약에서의 논의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해 바다에 폐기물 투기를 금지하는 런던협약의 취지를 감안하면, 오염수 문제가 논의 안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일단 직관적으론 파이프 라인이든 뭐든 투기에 해당할 거 같은데요. 우리 정부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현 정부는 한마디로 좀 애매합니다. 오염수 방류가 과연 투기에 해당하는 지 여부에 대해 물었더니 '전략적 모호성'을 언급했습니다. 박성훈 해수부 차관 발언 들어 보시죠.
[인서트] 박성훈 해수부 차관
"투기인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물어보시는 것 같은데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는 것이 오히려 국가 국익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는 측면을 고려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그런 말씀을 드립니다"
[앵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전략적 모호성이 왜 이익이 된다는 건가요.
[기자] 전략적 모호성은 통상 외교 분야에서 자주 쓰는 용어인데요. 과거 인도가 핵무기 보유를 위해서 4단계 전략 중 하나로 2단계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성공한 바 있습니다. 핵을 보유하겠다고 밝히게 될 경우엔 주변국을 비롯해 자신을 향한 제재가 들어올 수 있고, 그렇다고 해서 아예 처음부터 부인하게 될 경우엔 나중에 공식적인 발표를 뒤집어야 하는 부담이 있죠. 그런데 오염수 방류가 투기냐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통한 이익이 뭔지는 정확히 저도 알지 못합니다. 다음 번 브리핑 때 좀 더 구체적으로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앵커] 이번 런던 당사국 총회에서 가서 우리 정부는 의견 표명을 할까요.
[기자] 그것도 아직 불분명합니다. 정부 측에 따르면 일단 총회에 참석해 여러 가지 형태의 의견을 낼 것이라고 했는데요. 다만 일관되게 오염수가 국제기준이나 과학적 기준에 맞게 방류되고 있는지에 비춰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오염수 방류 문제 자체가 런던협약 안건에 해당하는지 해당하지 않는지 등 여부를 가입 당사국들 사이에 논의해서 결정할 문제라고 IMO는 거리를 둔 터라, 직접 총회에 참석한 국가들을 상대로 여론전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정권이 바뀌면서 우리 노선도 변할 수 있을까요.
[기자] 애매한데 일단 그렇게 비춰집니다. 지난 4일 브리핑에서 박 차관은 지난 정부부터 지금까지 정부 입장이 달라진 부분은 없다고 하면서도 "다만 IAEA의 최종보고서와 우리 정부의 모니터링 등이 뒷받침되면서 지금까진 국제기준에 부합되게 처리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 사실관계는 조금 달라질 수는 있다"고 답했습니다.
[앵커] 결국 일본 측의 손을 들어준 IAEA 최종 보고서 이야기만 추가로 나온 거군요.
[기자] 현재로선 이전에 비해 우리 측이 '해양 투기'로 주장하려는 논리가 더 강해지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 차관이 "이것을 투기인지 아닌지를 따지기보다 런던협약과 런던의정서에서 규정된 대로 해양환경 보전에 얼마만큼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면서 즉답을 회피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이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