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금품 살포·수수 의혹 공판에서 돈봉투 살포에 대해 윤관석 의원(무소속)이 주도하고 송영길 전 대표가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담긴 통화내용이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2부(김정곤·김미경·허경무 부장판사)는 5일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강래구씨에 대한 공판 기일을 열었다.
강씨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국회의원과 지역본부장 등을 상대로 돈봉투가 살포됐다는 의혹의 핵심인물이다.
이날 공판에서는 강씨가 또 다른 핵심인물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나눈 통화내용이 담긴 녹취파일이 공개됐다.
검찰은 "피고인(강씨)이 이씨에게 '윤관석, 임종성, 이성만, 허종식, 이용빈 이 정도만 딱 넣어서 공지하면 된다'"며 "이 기획회의방은 가장 중요한 사안에 대해 의견 공유를 한다. 관석이형 중심으로 하는 거라고 말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앞서 강씨는 지난달 첫 공판에서 윤 의원과 자신의 관여 정도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 의원이 돈봉투 살포를 총괄했다는 검찰 시각을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돈봉투 사건'은 강씨가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송영길 전 대표 당선을 위해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과 공모해 국회의원과 경선캠프 지역본부장·지역상황실장에게 9400만원의 금품을 살포한 것이 핵심이다.
또 다른 통화에서는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정황이 공개됐다.
강씨는 "내가 '성만이형이 연결해 줘서 그거 좀 나눠줬다'고 영길이 형한테 말했어. '성만이형이 준비해준 것 갖고 인사했다'라고 하니 '잘했네'라고 하더라"고 말한 사실도 공개됐다.
그동안 송 전 대표가 밝힌 것과는 달리 돈봉투 살포 과정을 주기적으로 보고받았던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검찰은 추가로 3000만원을 받았다고 지목한 날 윤 의원이 송 전 대표를 면담한 정황도 공개했다.
이씨가 강씨와의 통화에서 "윤(관석)은 와서 한참 있다가 송(영길)하고 만나서 30분 이야기하고 갔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앞서 송 전 대표는 처음 '돈봉투 사건'이 불거졌던 지난 4월 프랑스 파리에서 한 언론에 "처음 말한 것처럼 나는 잘 모르는 일이고, 어떻게 진행됐는지 검찰이 조사하고 있다니 그 결과를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공개된 녹취에는 윤 의원이 이씨로부터 받은 3000만원을 현역 의원들에게 전달했다고 이씨에게 직접 알리는 내용도 담겼다.
윤 의원은 4월28일 오전 다른 의원들과 만난 직후 이씨에게 "아침 회의에는 김남국, 윤재갑 등 4명 정도가 못 나왔어"라면서 "김남국, 윤재갑 이 둘은 또 호남이잖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