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정상회담 준비하는 김정은…동북아 외교전 본격화하나?[정다운의 뉴스톡]


[앵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 달 중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군사 협력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일부를 출입하는 김학일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는데, 이 소식, 사실로 확인된 것인가요?
 
[기자]

현재로서는 사실로 보입니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도 부인을 하지 않고 있어요.
 
뉴욕타임스는 오늘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 방문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고 있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군사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확인하는 한국 언론들의 질의에 미국 백악관측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서의 정상급 외교 접촉을 포함해 러시아와의 대화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정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북러정상회담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대목입니다.
 
[앵커]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면 김 위원장의 방문 일정이 아주 자세하게 나와 있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오는 10일부터 13일까지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 때 푸틴 대통령도 포럼에 옵니다.
 
동방경제포럼에서 만난 북러 정상은 이후 극동연방대학교 캠퍼스를 함께 방문할 예정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정은 또 러시아 태평양 함대사령부 소속 해군 함정이 정박하고 있는 33번 부두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지난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서 만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앵커]
 
북한 측이 이미 블라디보스톡과 모스크바 등 러시아 현지 사전답사를 했다고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대표단이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준비하기 위해 8월 하순부터 최근까지 10일간 러시아를 먼저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기차로 간 뒤 비행기로 갈아타고 모스크바까지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런 사전 답사를 감안하면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이 농후해보입니다.
 
정상회담이 성사가 되면 김 위원장은 방탄 열차를 이용해 블라디보스톡으로 이동한 뒤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것으로 보입니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천 500킬로미터 떨어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방문, 모스크바 방문 가능성도 제기되기는 하는데,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거리가 멀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정은 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지난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서 만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앵커]
 
북러 정상이 만나면 어떤 의제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까?
 
[기자]
 
군사협력방안이 가장 핵심적인 의제일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포탄과 대전차 미사일을 보내주기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그 대가로 김 위원장은 러시아로부터 군사정찰위성과 핵추진 잠수함 관련 첨단기술을 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는 것처럼 북한은 올해 2차례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핵 추진 잠수함도 개발 중인데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상황입니다.
 
두 분야 모두 러시아의 기술 지원이 아주 절실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는 러시아에 병력을 지원하는 문제도 거론하는데, 이게 가능할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앵커]
 
북한과 러시아의 공식발표 전에 회담 개최 가능성이 보도된 것인데, 이게 변수가 되지는 않겠습니까?
 
[기자]
 
뉴욕타임스의 보도로 북러정상회담은 사실 김이 빠진 상황입니다.
 
미국이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을 견제하기 위해, 우리도 다 알고 있다, 다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인데요. 미국이 흔히 쓰는 방법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일정과 동선이 이미 다 공개된 만큼 이번 일정을 취소하거나 조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을 합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블라디보스톡에 오는 기회가 사실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이 참석할 것이라는 동방경제포럼이 10일부터 열리는데, 이 때 인도 뉴델리에서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립니다.
 
러시아와 북한으로서는 여기에 대응해 뭔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이번 회담을 생각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북한과 러시아의 추후 공식 발표 여부를 봐야할 것 같습니다.
 
[앵커]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한다면 4년만의 외국 방문이죠?
 
[기자]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김 위원장은 같은 해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난 일이 있었습니다.
 
이를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일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공교롭게도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을 봉쇄했다가 최근에야 제한적으로 국경을 개방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전격 방문한다면 새로운 동북이 외교전이 본격 가동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북한이 외교전에 적극 나설 가능성은 이미 지난 6월 중순 당 전원회의 때 예고됐습니다
 
이 때 당 정치국은 군사기술적으로 정치외교적으로 예민하고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절박성을 언급하면서 미국에 반대하는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하는 과업을 제기했는데요.
 
북한이 이처럼 '예민하고 기민한 대응'이라는 말을 하면 꼭 그 다음에 중요한 결정을 한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입니다.
 
지난 7월 27일 정전협정체결 기념일에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을 방문하고, 북한이 이를 극진히 환대했는데, 이 때 북러 정상회담이 처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 않습니까?
 
[기자]
 
북한의 외교를 보면 전격적으로 결정해 휘몰아쳐가는 특성이 있습니다 .
 
지난 2018년 남북, 북미 정상회담, 북중 북러 정상회담을 회고해보면 그렇습니다.
 
이번에 북러정상회담이 열리면 이후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9월 하순부터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 게임이 거론되기는 하나 북한이 최근 선수단 파견 규모를 줄였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지는 않아 보입니다.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10월에 중국에서 회담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 일정은 지나야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나옵니다.
 
아무튼 강화되는 한미일 공조에 대응하기위해 북한은 북중러 3각연대를 강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는 북한에 연합훈련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자주성 훼손을 이유로 러시아나 중국이나 연합훈련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요.
 
물론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는 러시아는 북중러 합동훈련이 필요하지만, 미중 경쟁의 속도를 조절해야하는 중국은 또 입장이 다릅니다.
 
과연 북러, 또는 북중러 연합훈련이 가시화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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