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진료내역' 정기보고 의무화…"국민 알권리 보호"

의료계 반발에도 '합헌' 판결…올해 약 600개→내년 1천여 개 확대
병원급은 이달分부터 보고 시작·年 2회…의원급 의료기관 매년 1번

스마트이미지 제공

의료기관이 매해 비급여 진료비용 등을 정기적으로 정부에 보고하는 '비급여 보고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의료소비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처사"라며 헌법소원까지 제기한 의료계의 반발에도 올 봄 '합헌' 판결이 나면서 연내 시행에 들어가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비급여 보고항목, 보고횟수, 보고내역 등을 규정하는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공고에 관한 기준'(고시) 개정안을 공포·시행했다고 5일 밝혔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은 내원 환자가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정한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건보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비급여 적정관리 강화'를 꼽아 왔다. 모든 의료기관이 비급여 항목과 기준·금액 등을 주기적으로 정부에 보고토록 하는 비급여 보고제는 과도한 의료지출을 줄이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관련 의료법은 이미 지난 2020년 말 개정됐다. 이듬해 같은 법 시행규칙 개정·시행을 통해 모든 병원은 비급여 진료비용과 제증명수수료의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에 대한 보고의무를 부여받게 됐다.
 
이번 고시는 해당 법령에서 위임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2021년 서울시치과의사회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까지 더해지면서 시행이 다소 지연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복지부는 "제도의 안정적 시행을 위해 의료계·소비자단체 등 현장과의 충분한 소통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제공

이에 따라, 올해 보고 대상이 되는 비급여 항목은 그간 가격공개 대상이었던 비급여 항목 565개와 신(新)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평가결과 고시 중 요양급여 결정 신청된 행위, 제한적 의료기술과 혁신의료기술 등 29개 항목을 포함해 총 594개다.

내년부터는 1017개 항목으로 확대된다.
 
앞으로 의료기관의 장(長)은 각 비급여 보고항목별로 단가와 빈도, 상병명, 주수술명 등을 보고해야 한다. 병원급 의료기관은 매년 2회(3·9월분 진료내역), 의원급의 경우 연 1회(3월분 진료내역) 보고가 의무화된다.
 
병원급은 당장 이달분(分) 진료내역부터 보고해야 한다. 내년에는 의원급 병원까지 모든 의료기관으로 확대된다. 2024년 3월분 진료내역은 병원급·의원급 의료기관 모두, 당해 9월분은 병원급이 보고하게 되는 것이다.

의료기관장은 보고내역을 전산으로 추출해 공단 요양기관정보마당(medicare.nhis.or.kr)의 '비급여보고'를 이용하면 비급여보고시스템에 접속해 제출할 수 있다.
 
자세한 제출방법은 오는 12일을 전후해 요양기관정보마당에 게시될 예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비급여관리실(☎033-736-2040)이나 고객센터(☎1577-1000)에 문의해도 된다.
 
이번에 발령된 고시 전문은 보건복지부 홈페이지(www.mohw.go.kr)의 '훈령/예규/고시/지침'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구체적인 보고시기는 추후 별도 안내할 계획이다.
 
임혜성 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장은 "비급여 보고제도 시행으로 국민의 비급여에 대한 알권리가 더욱 두텁게 보장될 것"이라며 "앞으로 보고제도가 안정적으로 실시되도록 의료기관을 지원하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해 제도를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올 3월 헌법재판소는 치과의사 김모씨 등 의료기관장들이 의료법 45조의2 등이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을 5대4 의견으로 기각했다.

헌재는 "보고의무 조항은 과도한 비급여 진료비용을 부담케 하는 의료기관을 감독함으로써 국민의 의료선택권을 보장하며 건보 급여를 확대해 의료비 부담을 감소시키기 위한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비급여는 급여와 달리 적정한 사회적 통제 기전(메커니즘)이 없어 국민들이 해당 비급여의 필요성과 위험성을 바탕으로 사전에 진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체계가 부족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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