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노동자들이 아파서 쉬어야 했던 날이 일반 노동자들보다 8배 이상 많을 정도로 건강 이상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은 5일 오전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2023 콜센터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 발표 개선과제 토론회'를 열고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4월 24일부터 5월 29일까지 전국 콜센터 사업장과 미조직 콜센터 노동자 밀집 거점에서 콜센터 노동자 총 12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일반 노동자보다 더 자주 병가를 썼다. 이들이 지난해 아파서 병가나 연차휴가를 쓴 평균 결근일수는 6.8일인데, 일반 노동자들은 86%가 하루도 아파서 결근하지 않았고, 평균 결근일수도 0.8일에 그쳤다.
아파도 병가나 연차휴가를 낼 수 없었던 날은 평균 1.4일로 이 또한 일반 노동자 평균보다 많았다. 아파도 출근한 일반 노동자는 17%이지만, 콜센터 노동자는 약 40%가 아파도 출근했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병가나 휴가를 낼 수 없었던 이유로 '관리자에게 밉보일까 봐', '소득이 줄어들까 봐', '동료에게 미안해서' 등 순으로 꼽았다.
특히 이들은 방광염, 성대결절, 정신질환 등 질병을 일반 노동자보다 수십 배 더 많이 호소했다. 방광염은 화장실을 자주 갈 수 없어 걸리기 때문에 휴게시간 부족 문제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대결절은 하루 종일 말을 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특유의 직업성 질병이다.
성별 격차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설문에 응답한 콜센터 노동자는 대부분 여성이었는데, 관리직에 근무하는 남성은 여성보다 두 배 많았다. 또 연령 차이가 큰데도 근속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등 여성 노동자들의 경력단절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건강을 해쳐가며 일하는데도, 저임금 노동환경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세후 월 소득 평균 220만 6천 원을 받아 최저임금을 겨우 넘기는 수준에 그쳤다.
성과급과 근속수당을 받는다고 응답한 콜센터 노동자는 50% 수준이었고, 상여는 20%만 받고 있었다. 계약직의 경우 정규직보다 성과급의 비율이 높아 임금체계도 더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하루 평균 8시간 30분 일했다. 지난해 연차 소진율은 평균 71.4%로, 연차를 모두 소진했다는 응답은 45%에 미치지 못해 한국 노동자 평균 연차 소진율보다 대체로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모성보호 관련법도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점심시간을 포함해 하루 업무 중 실제로 쉬는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1시간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이 61%로 가장 많았고, 나머지는 점심시간까지도 제대로 못 채웠다. 30분도 채 못 쉬는 비율은 12%로, 콜센터 노동자 열 명 중 네 명이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는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
이들은 가장 많이 겪는 직장 괴롭힘으로 고객 항의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평가하거나 고객에게 직접 사과하라는 등 무리한 반응을 꼽았다. 다음으로는 퇴근 직전 업무를 지시하거나 일찍 출근하도록 하는 등 무리한 업무 지시가 꼽혔다.
산업안전보건교육은 법정 교육으로 월 2시간 또는 분기별 6시간을 받아야 하는데, 콜센터 노동자 3%만 법정 교육시간을 만족했다. 또 산업안전보건교육 시간은 유급이어야 하는데, 유급과 무급 비율은 3:7 수준이었다.
근로기준법상 생리휴가, 산전후휴가, 육아시간, 유해·위험사업장에서의 근로 제한 등 모성보호관련법도 위반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작업장에서 모성보호가 이뤄질 수 있는지를 확인한 결과, 불가능하다고 답한 비율이 20~40%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출산 이후 복귀자의 수유시간 확보는 가장 불가능한 사항으로 꼽혔다.
이음정책연구소 한인임 이사장은 "너무나 아픈 노동자가 많다는 것은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현행법에서는 3년 마다 '근골격계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노동자에게 알려야 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