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당구(PBA) 올 시즌 개막전의 여왕을 무너뜨렸다. 일본 3쿠션 강호 사카이 아야코(하나카드)가 PBA 4년 만에 첫 챔피언에 등극했다.
사카이는 4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스와이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전에서 김민아(NH농협카드)를 세트 스코어 4 대 2(8:11, 11:10, 4:11, 11:0, 11:8, 11:6)로 눌렀다. 1, 3세트를 내줬지만 나머지 세트를 따내는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PBA 출범 시즌 데뷔 후 4년, 22개 투어 만의 첫 우승이다. 사카이는 여자부 13번째 퀸에 오르며 우승 상금 3000만 원을 거머쥐었다. 일본 선수로는 히다 오리에(SK렌터카), 히가시우치 나츠미(웰컴저축은행)에 이어 3번째 챔피언에 올랐다.
올 시즌 개막전인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 우승자인 김민아는 3개월 만의 정상 탈환과 통산 3승을 노렸지만 사카이의 돌풍에 막혔다. 김민아는 시즌 상금 랭킹(4130만 원)과 최우수 선수 포인트 랭킹(3만2600점)에서 1위를 달린 데 만족해야 했다. 2위는 각각 3247만 원과 2만4600점의 사카이다.
사실 이날 결승전은 김민아의 우세가 예상됐다. 김민아는 이번 대회 8강전에서 차세대 스타 용현지(하이원리조트), 4강전에서 '당구 여제' 김가영(하나카드)을 꺾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사카이는 한지은(에스와이)과 1차전에서 동점 끝에 연속 득점을 따져 간신히 이기고, 임정숙(크라운해태∙16강)과 김보미(NH농협카드∙8강), 박다솜(4강) 등 상대에 먼저 세트를 내주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결승에서도 사카이는 첫 세트를 내줬다. 김민아가 초반 4이닝 만에 8 대 1로 크게 앞섰고, 8 대 8에서 행운의 뱅크 샷 등 3점을 몰아쳐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생애 첫 결승에 오른 사카이의 간절함이 더 강했다. 2세트 사카이는 9이닝까지 8 대 10으로 밀렸지만 10이닝째 동점을 만든 뒤 시도한 뒤돌리기가 키스 끝에 들어가는 행운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김민아로서는 세트 포인트에서 평범한 앞돌리기를 실패한 게 뼈아팠다.
사카이는 3세트를 뺏겼지만 4세트를 11 대 0으로 따내며 분위기를 바꿨다. 2이닝째 2번의 뱅크 샷을 포함해 6점을 몰아쳐 8 대 0으로 달아난 뒤 5이닝 만에 11점에 도달했다. 기세가 오른 사카이는 5세트를 11 대 8로 따내며 3 대 2 리드를 잡았고, 6세트에서 17이닝 장기전 끝에 뱅크 샷을 앞세워 경기를 매조졌다.
이날 사카이는 김민아보다 4개 많은 9개의 뱅크 샷을 터뜨린 게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이번 대회 전체 6경기 중 48개의 뱅크 샷을 때렸는데 총 득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2.1%로 전체 평균(28.5%)보다 높았다.
사카이는 우승 뒤 인터뷰에서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면서 "(이후 일본어) 우승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하나카드 동료 및 관계자 분들에게 고맙다"면서 "히다 오리에 선수가 오늘뿐만 아니라 어제도 직접 와서 응원해줬는데 마음이 너무 든든했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특히 가족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드러냈다. 사카이는 "우승 직후 일본에서 응원해주는 남편과 두 아이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면서 "일본에 돌아간다면 서포트해주는 남편을 찐하게 포옹해주고 싶다"고 부부애를 과시했다. 이어 "유튜브 중계를 통해 오랜 시간 지켜보며 엄마 힘내라고 응원해준 두 아이들에게도 너무 고맙다"면서 "일본에 돌아가면 가장 먼저 맛있는 밥을 만들어서 먹이고 싶다"고 엄마의 짠한 마음도 전했다.
김민아는 "2세트에서 1점을 남겨두고 득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 가장 아쉽다"고 입맛을 다셨다. 이어 "4강전과 결승을 하루에 치르는 게 처음이라 경기 후반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고 패인을 짚었다.
이번 대회는 5일부터 남자부 128강전이 2일 동안 열린다. 7일 오후 3시 개막식 이후 우승 상금 1억 원을 놓고 열띤 경쟁이 펼쳐지고, 결승전은 11일 밤 9시에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