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안정 방점 찍힌 연금개혁…'더 받는' 案, 최종보고서 담길까

공청회서 보험료율 12%·15%·18%로 인상 제시→'더 내고 더 늦게 받자'
위원직 사퇴한 보장강화 측 반발 지속…"일단 별도 보고서 준비 착수할 것"
"소득대체율 인상案 반영 노력하겠다"지만 미지수…정부 "최종안 아냐" 진화
10월 말까지 얼마 안 남았는데…"국회 연금특위가 공론화 방향·원칙 정해달라"

연합뉴스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이 기금 고갈을 늦추고자 '더 내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가운데 재정계산위원회의 최종 보고서에 '더 받는'(소득대체율 인상) 방안이 포함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험료율 인상' 위주의 보고서에 대한 반발로 재정계산위에서 자진 사퇴한 소득 보장강화 측 학자들은 기존에 예고한 대로 별도보고서 준비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위원회가 제시한 시나리오가 곧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님을 강조하며 여지를 남기는 모양새다.
 
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에 참여했던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조만간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 인상을 전제한 개혁안을 담은 '자체 보고서'를 정리할 계획이다. 두 사람은 '보장성 강화'를 주장하는 대표적 학자들로 국민연금의 존재 목적이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국민연금법 제1조)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해왔다.
 
이들은 앞서 제5차 재정계산위 공청회를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민간위원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재정 안정론' 측 위원들이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담기로 한 부분은 '소수안', 기존안을 유지하는 방안은 '다수안'으로 명기해 표결을 진행하자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남 교수 등은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까지 올리고, 2025년 이를 일시 적용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계산위원회는 이달 1일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들을 최종 보고서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소득대체율 인상안이 실제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김용하 재정계산위원장은 당시 "표기방법에 대한 의견 차로 보고서에 (소득대체율 관련 내용을) 싣지 않은 것일 뿐"이라며 "향후 최종 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담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남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위원직) 사퇴 이후 재정계산위나 복지부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별도 보고서'와 관련해 "미리 준비했던 건 아니지만, 목차도 정하고 (조금씩) 작업에 들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최종보고서 내용이 조율되지 않는 이상 위원회 논의 연장은 무의미하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재정중심론과 보장성 강화론이 동등한 비중을 갖고 독립적으로 서술돼야 보고서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 자료집.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제공

남 교수는 "(재정안정파 쪽에서) 어차피 합의가 어려울 테니 소득대체율 인상안과 재정안정 시나리오를 각자 다른 장으로 싣자고 했다가, 마지막 회의 때 갑자기 우리 시나리오 맨 앞장에 소득대체율을 올려선 안 된다는 (기존) 유지안을 넣자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 선택은 국민들에게 맡기도록 (병렬적으로 제시하자고) 했던 건데, (20~21차 회의에서 처음과 다른 말을 하고) 끝까지 주장을 안 굽히니 '그럴 거면 아예 소득대체율 인상안은 빼라'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청회에서 공개된 위원회 보고서에는 현재 기준소득월액 대비 9%인 보험료율을 12%, 15%, 18%로 각각 인상하는 시나리오만이 담겼다. 2025년부터 매년 0.6%p씩 5년·10년·15년간 요율을 올리면 기금소진 시점을 2055년에서 2063년·2071년·2082년으로 늦출 수 있다는 추산에서다.
 
연금 수급개시 연령도 66세·67세·68세로 각각 연기하자는 방안이 함께 제시됐다.
 
남 교수와 주 교수는 위원직 사퇴 시 입장문에서 "연금개혁 논의에서 (재정안정-보장강화) 두 흐름이 팽팽한 가운데 애초 편향적으로 구성된 위원회 내에서 표결을 통해 다수안·소수안을 규정하려 한 것은 힘의 논리를 관철시키려 한 비(非)민주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매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하락하면서 현재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들의 연금 급여는 앞으로 더 하락할 것이 예상된다"며 "노인빈곤 문제가 커지고 노후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저급여 문제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극 대응하잔 주장은 결코 그 중요성이 덜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세계적으로 연기금을 대규모로 가진 나라는 매우 소수이며, 연기금이 없는 상태로 공적연금을 운영하는 나라가 훨씬 더 많다. 재정중심론자들은 기금을 유지하는 것만이 연금재정의 목표인 것처럼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제공

시민사회계에서도 이번 보고서를 두고 노후보장이 빠진 '반쪽짜리 개혁안'이란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오는 6일 국회 토론회에서 공청회에 대한 평가를 비롯한 비판적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정부는 우선 위원회 차원의 논의안이 정부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복지부는 공청회 직후 "공청회에서 발표된 내용은 재정계산위에서 논의한 결과로, 특정 안에 중점을 둔 개인적 발언도 일부 있었으나 정부 입장이 아님을 알려드린다"며 진화에 나섰다.
 
아울러 "정부는 재정계산위에서 제출하는 최종 자문안과 국민의견 수렴결과, 국회 특위 논의내용 등을 검토해 10월 말까지 종합운영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규홍 복지장관도 지난 2일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위원회 안은 '최종 개혁안'이 아닌 "기초자료"라고 규정했다. 그는 "연금개혁이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선 재정 지속가능성도 제고해야 하고 세대 간 형평성도 높여야 하며, 적정한 노후소득이 보장돼야 한다"며 "수리적·논리적 합리성보다 더 중요한 게 국민적 수용성"이라고 밝혔다.

전날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가입 당사자인 국민들의 수용성을 고려한 '공론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의 김연명 공동위원장은 "의사결정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는데 의견 모으기가 쉽지 않아 공론화 과정이 큰 분수령이 될 것 같다"며 "큰 방향과 원칙을 특위에서 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한쪽의 주장이 담긴 개혁 방안이 나오게 되면 국민적·정치적 수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능하면 양쪽의 의견이 담긴 안이 나오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게 연금 개혁의 성공 요인"이라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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