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2년 연속 세계 16강 진출을 이룬 한국 남자 테니스가 국가 대항전 데이비스컵(세계테니스선수권대회) 본선을 위해 결전지로 떠났다.
김영준 감독(건국대)과 임용규 코치가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지난 2일 스페인 발렌시아로 출국했다. 에이스 권순우(당진시청)를 비롯해 남지성(세종시청), 송민규(KDB산업은행), 정윤성(의정부시청), 홍성찬(세종시청) 등 5명 선수가 출전한다. 데이비스컵 최종 명단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이재문(KDB산업은행)도 동행한다.
대한테니스협회는 트레이너, 전속 스트링어 등 코칭스태프를 추가 파견한다. 왕서훤, 방려훈(이상 대한테니스협회) 등 2명의 트레이너가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를 책임지고, 최용석 스트링어(헤드)가 라켓 줄을 점검한다.
테니스 월드컵으로 불리는 데이비스컵은 본선에서 16개국이 참가해 9월 12일부터 17일까지 유럽 4개국(A조 이탈리아 볼로냐, B조 영국 맨체스터, C조 스페인 발렌시아, D조 크로아티아 스플리트)에서 조별 리그를 펼친다. C조에 속한 한국은 12일 세르비아, 14일 체코, 17일 스페인과 격돌한다.
경기는 2단식 1복식으로 진행된다. 각 조 상위 2개국은 오는 11월 21일부터 26일까지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리는 8강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해 우승컵을 다툰다.
객관전인 전력에서 밀리는 게 사실이다. 한국은 그동안 데이비스컵에서 스페인에 2패, 세르비아아 1패를 안았다. 스페인에는 남자 단식 세계 랭킹 1위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이끌고, 세르비아는 역대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최다 우승(23회)에 빛나는 노박 조코비치가 버티고 있다. 체코 역시 이르지 레헤츠카(35위) 등 만만치 않은 전력이다.
그럼에도 대표팀은 사기가 높다. 김영준 감독은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팀 워크가 강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각자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원 팀으로 이끌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다행히 지난해와 동일한 장소에서 열려 경기장과 환경에 익숙할 거라 생각한다"면서 "지난해 경험을 통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랭킹은 다소 낮지만 경기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고 항상 변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주장 송민규는 "2년 연속 본선 진출을 한 데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서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도 한국 테니스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줬고, 유럽 선수들도 우리를 보는 시선이 예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앞만 보고 자신감이 가득한 상태로 훈련했다"면서 "1승을 하면 분위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1승을 목표로 도전해 보겠다"며 각오를 전했다.
지난해 대표팀은 세르비아에 역대 본선 첫 복식 승리를 거뒀다. 캐니다와 경기에서는 권순우가 당시 세계 13위던 펠릭스 오제알리아심을 누르기도 했다. 8강 진출은 무산됐지만 한국 테니스의 위상을 높였다.
한국은 지난 2월 서울에서 열린 2023 데이비스컵 최종 본선 진출전 홈 경기에서 벨기에를 3 대 2로 꺾었다. 한국 테니스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본선 진출의 역사를 썼고 올해 데이비스컵 본선에 유일한 아시아 국가로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