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바다주의 블랙록 사막 한복판에서 열리는 여름축제 '버닝맨'은 1986년에 래리 하비가 친구들과 나무 인형을 태운 것이 그 기원이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반체제적, 오컬트적 성향이 강한 소규모 축제에서 시작돼 오늘날 미국에서 수만명이 참석하는 핫한 행사가 됐다.
특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이 축제에 참가하고, 영감을 얻었다고 알려지면서 빠르게 유명세를 탔다. 엘리트와 예술인들의 만남, 부자들의 축제 등의 수식어를 얻었다. 특히 일론 머스크는 "태양광에너지 회사 솔라시티에 대한 아이디어를 버닝맨에서 얻었다. 버닝맨이 바로 실리콘밸리"라며 축제를 극찬하기도 했다.
그런 '버닝맨' 축제가 기후변화의 습격을 받았다. 사시사철 건조한 네바다 사막에 많은 양의 비가 한꺼번에 내리면서 축제의 현장이 진흙 늪으로 변한 것이다. 결국 축제는 엿새만에 중단됐고, 많은 사람들이 현재까지도 주변에 고립돼 있는 상태다. 사망자 1명도 발생했다.
퍼싱 카운티 보안관실은 현장에 7만여 명이 고립돼 있으며, 행사 도중 사망자도 1명 발생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망자의 사인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인터넷상에는 진흙탕을 어렵게 빠져나온 고생담과 각종 영상들도 올라오고 있다. 유명 DJ 디플로는 픽업트럭의 짐칸에 타고 있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차를 얻어타기 전 진흙탕을 6마일(9.7㎞)이나 걸었다고 밝혔다. 축제에 다녀온 법학 교수 닐 카티알도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한밤중에 무겁고 미끄러운 진흙탕을 헤치고 6마일을 걸어야 하는 엄청나게 끔찍한 하이킹이었지만, 버닝맨에서 무사히 빠져나왔다"고 밝혔다.
다만, 악조건 속에서도 일부 참가자들은 진흙에 뒤덮인채 춤을 추거나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올리기도 했다.
축제 주최 측은 성명에서 "버닝맨은 서로를 도울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이고, 우리는 여기가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져오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 왔다"며 "우리는 이런 기상 이변에 잘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이번 폭우로 인한 사태가 역으로 축제를 전세계적으로 알리는 홍보의 기회가 된 것으로 보인다.
주최 측은 "차들이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을 만큼 도로가 충분히 마를 때까지 차량 출입 통제를 지속할 것"이라며, 기상 조건이 나아지면 월요일인 4일에는 차량 이동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