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군 복무 때문에 영케이와 '마이데이'(데이식스 공식 팬덤명)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 떨리는 마음을 '오늘만을 너만을 이날을'이라는 곡 안에 녹인 영케이는 "메말라 비틀어질 뻔"했지만, 그토록 그리워한 팬들을 만났기에 "이제야 살 것 같다"라고 노래했다.
3일 오후 5시, 서울 노원구 광운대 동해문화예술관에서 영케이의 첫 솔로 콘서트 '레터스 위드 노트'가 마지막 날 공연이 열렸다. 4일 나오는 동명의 정규앨범 발매를 기념해 연 콘서트에서, 영케이는 타이틀곡 '이것밖에는 없다'를 포함해 신곡 11곡 전부를 한발 빨리 팬들에게 들려줬다.
2015년 밴드 데이식스(DAY6)로 데뷔한 영케이는 원필, 도운과 함께 유닛 '이븐 오브 데이'(Even of Day)로 활동했고 2021년 첫 미니앨범 '이터널'(Eternal)을 발매함으로써 솔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터널' 앨범에서는 7곡 전 곡 작사·작곡에 참여한 바 있다.
그룹 시절부터 대다수 곡을 작업해 온 성실한 '작가'이기도 한 영케이. '예뻤어'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러브 미 오어 리브 미'(Love me or Leave me) '놓아 놓아 놓아' 등 그룹 인기곡을 작곡한 것은 물론, '이븐 오브 데이'의 대표곡 '뚫고 지나가요' '비극의 결말에서'를 작업했고, 본인 솔로 미니앨범 '이터널'에서도 7곡 전 곡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세트 리스트의 핵심은 역시나 '레터스 위드 노트'에 수록된 신곡이었다. 지금껏 음악적 교류가 없었던 새 얼굴들과도 호흡을 맞춘 영케이는 '플레이그라운드'(playground) '바보'(babo) '소울'(SOUL)(feat. 최엘비) '왓 이즈‥'(what is‥) '번지 점핑'(Bungee Jumping) '내추럴'(natural) '스트레인지'(STRANGE) '꿈꾼'(Dreamer) '이것밖에는 없다' '렛 잇 비 서머'(let it be summer)를 차례로 불렀다.
아직 앨범 발매가 되기 전 콘서트에서 처음 듣는 곡인 만큼, 신곡이 나올 때는 양쪽 화면에 가사가 자막으로 제공됐다. '플레이그라운드'에서는 후반부 응집했던 에너지를 한 번에 터뜨리는 듯한 고음이, '바보'는 로맨틱한 분위기와 잘 어울렸던 후반부 기타 솔로와 영케이의 능숙한 휘파람이 백미였다. 최엘비가 공동 작사하고 피처링으로도 참여한 '소울'은 그동안 영케이에게서 들을 수 없던 색다른 스타일의 곡이었다.
타이틀곡 '이것밖에는 없다' 가사는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화자의 복잡한 감정이 짙게 배어 있었다. "돌릴 수 없는 끝"에서 "마지막을 마주하는 건 참 못 할 짓"이라고 좌절하면서도 "가루가 되어 빠져나가는 사랑"을 "두 팔로 안고 있을 수밖에 없네"라고 읊조리는 이 곡은 "그래도 역시 이 사랑밖에는 없다"라고 맺는다. 이별해야 한다는 괴로움 속에서도 끝내 '사랑밖엔 없다'고 하는 점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미니 1집 수록곡 '잘 자라 내 사람아'는 따뜻한 느낌의 기타 연주를 배경으로 영케이의 목소리만이 공연장에 울리는 곡이었다. '좋은 꿈을 꿨어도 기억은 하지 못하길 바라요/잘 자라 내 사람아/이 노래의 끝을 네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깊은 잠에 빠진 채로 아침을 기분 좋게 맞이하길'이라는 가사에서는 아끼는 사람이 한 점의 근심도 없이 푹 자길 바라는 화자의 애정이 가득 담겨서 뭉클했다.
기타리스트인 기훈과 함께한 코너는 영케이가 부르는 커버곡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룬파이브의 '메모리즈'(Memories), 바트 하워드와 프랭크 시나트라의 '플라이 미 투 더 문'(Fly Me To The Moon), 콜드플레이의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를 차례로 선보였다. 때론 낭만적이면서도 달콤하고, 때론 시원하게 내지르는 영케이의 라이브만큼이나 적재적소 그 자체였던 기타 연주가 귀를 사로잡았다.
코너 속의 코너인 랜덤 플레이는 '데이식스의 어떤 곡이라도 연주할 수 있다'는 기훈의 호언에서 시작됐다고 영케이는 설명했다. 관객석에서 신청곡을 받아 짧게 연주하고 노래하는 시간이었는데, 마지막 날 신청곡은 '씽 미'(Sing Me) '베터 베터'(Better Better) '포장' '맨 인 어 무비'(Man in a movie) '프리(Free)하게'였다. '마이데이'의 픽(pick, 선택)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재미가 있었고, 망설임 없이 모든 곡을 곧잘 따라 부르는 모습이 신기했다. 영케이조차 "여러분은 어떻게 가사랑 멜로디랑 다 기억을 하시는지 저보다 낫다"라고 감탄했다.
'계속 간직할게 영케이와 함께하는 여름을'이라는 손팻말 이벤트를 하고, '렛 잇 비 서머'를 떼창한 관객들을 위해 영케이는 2층부터 1층까지 곳곳을 누비며 인사하고 고마움을 표했다. 관객석에 있던 데이식스 멤버 도운을 한 팔로 들어 올려 환호를 받기도 했다.
약 2시간 20분가량 계속된 영케이의 첫 솔로 콘서트 '레터스 위드 노트'는 영케이가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로 마무리됐다. 타이틀곡 '이것밖에는 없다'를 포함해 총 11곡이 실린 동명의 정규 1집은 오늘(4일) 저녁 6시에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