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뮤지컬 배우 알리(39)는 TV 경연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총 13회 우승)과 '복면가왕'(40~42대 가왕)에서 압도적 가창력과 무대 장악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이제 뮤지컬 무대를 본격적으로 접수할 태세다. 2015년 '투란도트'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알리는 '레베카'(2019)에 이어 '프리다'(8월 1일 개막)로 4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왔다.
타이틀롤 프리다 역을 맡은 알리는 최근 서울 도곡동 EMK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연기, 노래, 춤 삼박자를 갖춘 뮤지컬에 출연하게 되어 기쁘면서도 두려웠다. 110분 동안 무대를 누비면서 감정적 에너지를 쏟아내야 하는 역할이라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됐다"고 말했다.
'프리다'는 멕시코 출신 화가 겸 혁명가 프리다 칼로(1907~1954)의 마지막 생애를 콘서트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프리다는 소아마비와 온몸이 부서지는 교통사고, 디에고 리베라와의 사랑, 아이의 유산 등 지난한 삶을 예술로 승화한 예술가로 유명하다.
알리는 "공연 한 번 하면 2㎏이 빠질 정도로 체력 소모가 크다. 다양한 감정선을 단시간에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연습 초반, 과거 겪었던 공황장애 증상이 다시 생겨 고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프리다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침대에 계속 누워 있어 봤어요.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는 상황에서도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강인함을 느껴보고 싶었죠. '프리다의 고통스러운 삶을 뚫고 나오는 빛을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이제 프리다를 연기하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요."
극중 프리다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표현한 3분여의 현대무용 독무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 "다리는 멍투성이고 목 디스크도 생겼어요. 이제 담 생기고 타박상 입는 건 아무렇지 않아요. 언제 이렇게 치열하게 해 보겠어요?"
뮤지컬 무대는 TV 경연 프로그램에서 노래할 때 연기를 곁들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110분 동안 관객이 프리다의 삶을 이해하도록 연기해야 하잖아요. 공연 끝나면 대본이나 프리다 칼로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디테일을 찾으려고 해요. 배우의 단점이 적나라하게 보이지만 스스로 발전하는 게 느껴진다는 것이 뮤지컬의 묘미가 아닐까 싶어요. 물론 가수로서 쌓은 노련미와 시야가 연기할 때 도움이 되는 부분도 많죠."
알리는 "날 것을 잘 표현하는 배우"라고 자평했다. "김병진 안무 선생님이 내가 춤추는 모습을 보고 '멕시코 원주민 같다'고 했어요. 보컬적인 면에서도 내가 정석적인 사람은 아니죠. 나의 '날것' 같음과 프리다의 '날것'이 교집합을 이뤘을 때 발휘되는 잠재력을 관객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뮤지컬 무대에 더 많이 설 생각이다. 알리는 "뮤지컬을 하면서 시야가 넓어졌다. 작품에서 배역을 연기하다 보면 나 말고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서 좋다"며 "평소 표현이 서툰 편인데 내가 의도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웃었다.
프리다에게는 '고통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원하는 수식어요? 늘 도전하는 알리, 그 도전을 통해 모두에게 힘을 주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알리는 "'프리다'에서 내가 나오는 공연만 5번 회전문 돈 관객도 있다"며 "오랜 팬이 '지금처럼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라'고 얘기해줬다"며 살짝 눈시울을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