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장군의 절규' '동상 암살'…들불로 번지는 비판詩

홍범도 흉상 철거·이전 비판 여론 확산
국민정서 반하는 행태 성토詩 2편 회자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 연합뉴스
치열했던 항일 무장 독립운동의 표상인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서 철거·이전하겠다는 정부를 향한 비판 여론이 빠르게 번지는 가운데, 지난 100년 가까이 뿌리내려 온 국민정서에 반하는 이러한 방침을 꼬집는 시(詩) 들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

올 초 홍범도 장군 평전 '민족의 장군 홍범도'(한길사)를 펴낸 이동순 시인은 최근 '홍범도 장군의 절규'라는 시를 발표했다. 해당 시는 이번 홍범도 장군 흉상 논란과 맞물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시를 두고 페이스북 측이 지난 2일 '혐오 발언'으로 규정, 삭제 조치를 내린 사실이 전해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해당 시를 퍼 나르는 캠페인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동순 시인은 홍범도 장군 1인칭 시점으로 쓴 이 시를 통해 '야 이놈들아/ 내가 언제 내 동상 세워달라 했었나/ 왜 너희들 마음대로 세워놓고/ 또 그걸 철거한다고 이 난리인가'라며 '내가 오지 말았어야 할 곳을 왔네/ 나, 지금 당장 보내주게/ 원래 묻혔던 곳으로 돌려보내주게/ 나, 어서 되돌아가고 싶네'라고 현 사태를 성토했다.

이어 '그곳도 연해주에 머물다가/ 무참히 강제이주 되어 끌려와 살던/ 남의 나라 낯선 땅이지만/ 나, 거기로 돌아가려네/ 이런 수모와 멸시 당하면서/ 나, 더 이상 여기 있고 싶지 않네/ (중략)/ 언제나 일본의 비위를 맞추는 나라/ 나, 더 이상 견딜 수 없네/ 내 동상을 창고에 가두지 말고/ 내 뼈를 다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보내주게/ 나 기다리는 고려인들께 가려네'라고 토로했다.

서해성 시인이 지난 28일 SNS에 공유한 시 '동상 암살'도 온라인상에서 확산되고 있다. 그는 이 시에서 '동상도 암살된다/ 광복 뒤 살아서 귀환한 독립군들은 마저 소탕되었다/ 조국의 총알로/ 나라가 해방되었다고 해서 다 해방되는 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시를 통해 '동상이 암살되는 나라가 있다/ 잃어버린 나라를 총칼로 되찾고자 한 건/ 오래도록 죄였다/ 버젓이 지금도 죄다/ 동상이 울고 있다/ 산 자들을 백주에 암살하던 때가 차라리 나았던 것일까/ 죽어서 겨우 살아난 동상들이 암살되고 있다/ 독립전쟁 영웅/ 다섯 동상이 지금 빗속에 울고 있다'고 한탄했다.

▶ 홍범도 장군의 절규 - 이동순
그토록 오매불망
나 돌아가리라 했건만
막상 와본 한국은
내가 그리던 조국이 아니었네

그래도 마음 붙이고
내 고향 땅이라 여겼건만
날마다 나를 비웃고 욕하는 곳
이곳은 아닐세 전혀 아닐세

왜 나를 친일매국노 밑에 묻었는가
그놈은 내 무덤 위에서
종일 나를 비웃고 손가락질 하네
어찌 국립묘지에 그런 놈들이 있는가

그래도 그냥 마음 붙이고
하루 하루 견디며 지내려 했건만
오늘은 뜬금없이 내 동상을
둘러파서 옮긴다고 저토록 요란일세

야 이놈들아
내가 언제 내 동상 세워달라 했었나
왜 너희들 마음대로 세워놓고
또 그걸 철거한다고 이 난리인가

내가 오지 말았어야 할 곳을 왔네
나, 지금 당장 보내주게
원래 묻혔던 곳으로 돌려보내주게
나, 어서 되돌아가고 싶네

그곳도 연해주에 머물다가
무참히 강제이주 되어 끌려와 살던
남의 나라 낯선 땅이지만
나, 거기로 돌아가려네

이런 수모와 멸시 당하면서
나, 더 이상 여기 있고싶지 않네
그토록 그리던 내 조국강토가
언제부터 이토록 왜.놈.의 땅이 되었나

해방조국은 허울 뿐
어딜 가나 왜.놈.들로 넘쳐나네
언제나 일본의 비위를 맞추는 나라
나, 더 이상 견딜 수 없네

내 동상을 창고에 가두지 말고
내 뼈를 다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보내주게
나 기다리는 고려인들께 가려네
▶ 동상 암살 - 서해성
동상도 암살된다.
광복 뒤 살아서 귀환한 독립군들은 마저 소탕되었다.
조국의 총알로.
 
나라가 해방되었다고 해서 다 해방되는 건 아니다.
어젯밤 다시 김좌진이 암살된다는 풍문이 돌았다.
지청천이라고도 했다.
저 광복군 총사령관 말이다.
홍범도 옆에 흉상으로 선 연좌죄로 함께 처형될 것이라고 했다.
이범석은 아라사 권총을 들고 싸웠으므로 죄가 되었을까.
아침 아홉 시
이회영이 청동 쇳물로 돌아간다는 소문을 누군가 확인했다.

동상도 암살된다.
죽은 자들을 소탕하라.
동상을 소탕하라.
얼굴 모양을 빚어 생물이 된 죄로
육군사관학교 교정에서
다섯 동상이 암살되려 하고 있다.

병사들이 사용한 탄피 5만 발을 녹여서 만든 게 죄였을까.
동상이 암살되는 나라가 있다.
잃어버린 나라를 총칼로 되찾고자 한 건
오래도록 죄였다.
버젓이 지금도 죄다.

동상이 울고 있다.
산 자들을 백주에 암살하던 때가 차라리 나았던 것일까.
죽어서 겨우 살아난 동상들이 암살되고 있다.
독립전쟁 영웅
다섯 동상이 지금 빗속에 울고 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