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선택을 한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추모하기 위한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과 관련해 교육부가 일선 학교의 재량휴업과 교사 집단행동 등을 막아서면서 교육계 혼란이 더해지고 있다.
교사들의 단체 행동으로 불편을 겪게 될 학부모들은 대체적으로 교권 강화를 위해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학생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강경 대응을 동원해서라도 집회를 저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일 강사·체험학습 신청…'공교육 멈춤의 날' 지지 여론 확산
경기도 부천시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오는 4일 예정된 '공교육 멈춤의 날'을 맞아 '1일 강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각 학급에 학부모 2명씩 배치해 방과후 수업·돌봄처럼 수업 외 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집회 당일에는 '선생님들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학교에 내걸고, 서이초 교사를 추모할 수 있는 부스를 만들기로 했다.
해당 학교 학부모회장은 "선생님들이 부담 없이 집회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학부모회들과 의견을 모았다"며 "학부모회 활동을 하면서 선생님들이 겪는 어려움을 옆에서 지켜봤는데, 이번 기회에 악습이 무너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부담을 덜고자 온라인 교육 관련 커뮤니티와 맘카페를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체험학습을 신청하자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수원지역의 한 맘카페에는 "선생님 부담스러울까 봐 (체험학습)신청서만 조용히 냈다", "체험학습을 내고 아이와 함께 서이초를 찾을 계획이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체험학습 신청했다" 등 다수의 지지글이 올라왔다.
체험학습을 신청한 성남지역 학부모 김모(38·여)씨는 "수업을 받을 학생이 없다면 교사들도 마음편히 집회에 참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체험학습을 신청했다"며 "아이들을 가르칠 교사들이 걱정이 없어야 올바른 교육이 이뤄질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밖에도 상당수의 학부모가 '공교육 멈춤의 날'을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9월4일 공교육 멈춤의 날 학부모‧학생 지지선언'에는 하루 만에 학부모 1만2137명, 예비 학부모 2428명, 학생778명 총 1만5343명이 참여했다.
집회 참여 교사 명단 공개 요구 등…반발 목소리도
다만 모든 학부모가 '공교육 멈춤의 날'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김포시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연차를 신청하거나 집회 참여 의사를 밝힌 교사들의 실명 공개를 학교 측에 요청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해당 학교 학부모만 가입할 수 있는 SNS를 보면 한 학부모는 "학생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 선생을 존경해야 하냐"며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 이러한 일들이 앞으로도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교육부가 엄중 처벌하겠다는데도 강행한다는 건 모두를 우습게 생각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학부모회가 학교 측에 집회 참여 교사 명단 공개를 요청해달라고 했다.
수원지역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A교사는 한 학부모로부터 "집회에 참여해 수업이 중단되면 학교 측에 정식으로 문제 제기하겠다"라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자유민주교육국민연합·국민희망교육연대·서울시학부모연합 등 학부모 단체는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교육은 절대 멈춰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교육 멈춤의 날' 막으려는 교육부…혼란만 키워
일각에서는 교육부의 '엄정 대응' 방침이 학부모들의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교육부는 '공교육 멈춤의 날'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집회 참여를 위해 연가, 병가 사용한 교사뿐 아니라 임시휴업을 결정한 학교장에 대해서도 최대 파면 등 중징계를 예고했다.
현행법상 학교가 교사들의 집단행동을 위해 임시휴업을 하거나 교사가 연가·병가를 쓰는 것은 위법이라는 게 교육부의 판단이다.
당초 다수의 초등학교가 학부모 의견수렴 등을 거쳐 9월 4일 재량휴업을 결정했지만, 교육부의 방침에 휴업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재량휴업을 하겠다는 학교는 400곳이 이상이었지만, 실제 재량 휴업에 돌입하는 학교는 1일 오후 5시 기준 30곳에 불과했다.
이는 교사들의 불만을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됐다. 징계를 받더라도 연차를 사용하겠다는 교사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는 "교사의 조퇴·연가는 교육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본적 권리인데,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일부 교육감들은 기본 권리조차 박탈하려 한다"며 "여론의 흐름대로 뒀으면 됐을 것을 교사들의 불만에 기름을 끼얹어 '교사의 부재'라는 사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들도 교육부의 강경 대응이 오히려 혼란을 일으킨다는 의견이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관계자는 "교육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학교가 재량휴업을 번복하면서 학부모들은 사전에 대비할 시간조차 갖지 못했다"며 ""언제는 학교 자율성을 강조하더니 본인들 입맛에 맞지 않으니 말을 바꿔 자율성이 침해하는 모습이 교육적으로도 좋지 않아 보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