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원주시는 영화 '치악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과 더불어 영화 상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유·무형의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원주의 이미지가 괴담으로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원주시뿐 아니라 치악산 국립공원에 있는 구룡사와 원주시 사회단체협의회는 물론 '치악산' 브랜드를 사용하는 농축산·관광 업계도 영화 상영 반대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치악산' 시사회 현장에는 원주 사회단체협의회가 상경해 규탄 집회를 벌였다.
이 같은 논란에 '치악산' 오성일 프로듀서는 시사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가 끝나자 무대에 올라 "원주시에 공문을 통해 제목 변경이 가능하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개봉 때까지 아직 시간이 있어 계속 원주시와 원만히 협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에 참여한 주연배우 윤균상 역시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 처음 기사로 접했을 때는 많이 당황스러웠다"며 "영화를 보고 나시면 오해가 사라지리라 생각한다.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치악산'의 연출자인 김선웅 감독도 원주시의 우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 감독은 "온라인에 퍼져 수백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해 왔던 허구의 괴담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공포 콘텐츠로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실제 지명을 제목으로 사용했던 영화를 언급하며 '치악산' 역시 상생의 길을 찾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 역시 개봉 전 이미지 훼손을 우려한 전남 곡성 지역 사회 항의로 한 차례 진통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유근기 곡성군수는 "우리의 낙천성을 믿고 역발상을 통해 우리 군의 대외적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우리 군으로서는 남는 장사"라는 입장을 밝히며 논란을 곡성 홍보의 기회로 삼은 바 있다.
김 감독은 "대한민국의 명산인 치악산과 우리 영화 '치악산'이 '곡성'이나 '곤지암' 같은 사례들처럼 함께 상생하고, K-호러 콘텐츠로 자리 잡아 함께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