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공무원 임용시험 응시자가 청사에 사다리를 타고 침입해 채용 관련 서류를 무더기로 훔친 일이 벌어져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을 받는 경상남도. 이 과정에서 한 간부 공무원이 직원들을 범인으로 의심해 개인 차량과 자택까지 조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다.
공무원 노조는 이를 두고 "인권 침해"라며 반발했다.
경남도청 공무원노동조합은 1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으로 개인차량, 자택까지 조사한 인권 사각지대인 경남도를 고발한다"고 밝혔다.
임용시험 관련 서류가 도난당한 건 지난달 30일 0시 45분쯤. 합격자 발표 하루 전날이다. 임용시험 응시자인 A(30대)씨는 사다리를 타고 도청 2층 인사과에 침입했다. 창문이 잠기지 않아 방충망을 뜯고 들어갔다.
그리고 사무실 서랍에 보관된 열쇠로 캐비닛을 열고 서류를 훔쳤다. 서류 양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서류를 창문 밖으로 던진 뒤 거둬 갔다. 5시간가량 사무실에 머물다가 오전 5시 30분쯤 승용차를 몰고 달아났다.
출근한 도청 직원이 서류가 없어진 것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고, 이날 밤 창원 진해구의 주거지에서 A씨가 잡혔다. A씨는 "합격자들이 낸 서류를 확인하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달 17일 면접도 봤지만, 최종 합격자 명단에는 없었다.
그런데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외부 침입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자, 내부 직원의 소행으로 의심하면서 시작됐다.
공무원 노조에 따르면, 간부 공무원 B씨는 직원들을 모아놓고 "지금 자수하라. 그렇지 않으면 해임될 것이다"라며 사무실 직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추궁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심지어 직원의 개인 차량과 자택까지 불법으로 조사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30여 명가량 인원이 제법 되다 보니, 조를 짜서 서로 같이 조사하고 확인하게 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내부 소행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일지라도, 개인 차량과 자택까지 조사한 것은 상식을 벗어난 것으로, 적법한 절차를 밟아 수사기관에 의뢰했어야 마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에서 보장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며 직원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았다"며 "매우 심각하고 중대한 범죄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서류 절도 범인이 잡혔으면 그만이다 식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그 과정에서 위법한 행위를 하거나 권한을 넘는 부당한 행동을 했다면 철저히 가려내서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 사건에 대해 경남도의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해당 간부 공무원은 노조 게시판에 사과 글을 올렸다.
그는 "채용 서류 도난 사고는 아주 심각했고, 다음날 합격자 발표를 해야 하는 자료였다"며 "무엇보다 도난 서류를 빨리 찾아야 했기에 모든 가능성을 두고 해결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직원분들께 힘든 조치와 언행을 한 점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서류를 찾기 위한 목적 이외의 다른 의도는 없었지만, 직원분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점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