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5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인도네시아, 인도를 잇따라 방문한다. 이번 순방을 통해 인도·태평양 전략과 아세안에 특화된 지역정책인 '한·아세안 연대구상'의 본격 추진, 글로벌 책임 외교 구현, 부산 엑스포 총력전을 전개할 예정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달 3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9월 5일부터 8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해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인도네시아 공식 방문을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방문 첫날인 5일 저녁 자카르타에 도착해 동포 만찬 간담회를 갖고, 이튿날 오전에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미래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후 아세안과 한일중 간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윤 대통령은 한·아세안 AI 청년 페스타 행사, 의장국인 인도네시아 측이 주최하는 만찬에도 참석한다. 7일에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일정도 마련돼 있다. 아울러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폴, 캄보디아 및 쿡 제도 등과의 양자 회담이 확정됐으며 추가 회담도 조율 중이다.
윤 대통령은 8일 오전 자카르타의 대통령궁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양자 정상회의를 갖고 주요 협력 문서에 서명할 계획이다. 이번 인도네시아 방문은 지난해 7월 공식 방한한 조코위 대통령의 초청에 따른 것이다. 올해 한·인도네시아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공식 방문 형식으로 진행된다.
윤 대통령은 8일 다음 순방지인 인도 뉴델리로 이동해 G20 정상회의 관련 일정을 소화한다. G20 정상회의 프로그램인 '하나의 지구', '하나의 가족', '하나의 미래' 세션에 참석해 첫번째 세션과 세번째 세션에서 총 두 차례 발언한다. 기후변화, 디지털 심화,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대해 우리나라의 구체적인 기여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또한 모디 인도 총리가 주최하는 만찬, 간디 추모공원 헌화 및 식수 등의 행사에도 참여하며 의장국인 인도를 포함해 스페인과 아르헨티나, 모리셔스 등 각국 정상과 양자 회담도 개최한다. 일부 회담은 G20 폐회 이후에 열릴 가능성도 있다.
김 차장은 이번 순방의 기대성과에 대해 "한·아세안 연대 구상의 본격 추진, 글로벌 책임 외교 구현, 부산 엑스포 총력전 전개"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사이버, 해양안보 분야 협력 강화 계획과 디지털 혁신 분야 협력사업 발표 등을 통해 우리 정부가 한·아세안 연대구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임을 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엑스포 유치전과 관련해선 "현재 예정된 별도의 양자 회담 일정은 10여 개이며 실제 회담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2014년과 2019년에 걸쳐 개최했던 부산과 아세안 정상들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중 정상회담은 미지수, 한일중 정상회의는 연내 추진 목표
이번 순방에서 경제 효과도 주목된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브리핑에서 경제 분야 키워드에 대해 "첫 번째는 수출시장 확대, 두 번째는 첨단산업 공급망 다변화, 세 번째는 디지털 리더십 강화"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원전‧방산‧인프라 등 우리 유망 수출산업을 적극 홍보하고 국가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우리 기업들의 진출 애로사항도 집중 제기할 계획이다.
이번 순방에 공식 경제사절단은 없으나,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일부 기업이 동행한다.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등 양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40여명이 참석한다.
윤 대통령의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회의 이후 2번째다. G20 역시 2년 연속 참석이다.
김 차장은 "4월의 국빈 방미와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협력체 출범을 통해 우리나라가 자유와 연대의 중추적 행위자로서 글로벌 협력의 담론과 표준을 확보할 수 있는 강력한 동력을 확보했다"며 "주요 다자무대와 지역 외교에서 글로벌 책임외교를 구현해나가고 국익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다자회의 때 별도의 한미일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는다. 한중 정상회담 성사도 아직 미지수다. 한일중 정상회의의 경우 이번에는 어렵지만 연내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G20을 계기로 한중 정상회담이 개최될지 여부에 대해 "G20에는 중국 주석이 참석해 왔으나 현재까지 이번 회의에 중국의 어떤 지도자가 어떤 행사에 나올지 통보해주지 않고 있다"며 "이번에 한중 정상회담은 중국이 누구를 보내느냐에 따라서 논의가 열릴 수도 있고, 그 다음 다자회의 계기로 미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별도의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 여부에 대해선 "이번 다자외교 계기에는 한일중 정상회의가 열리기에는 시간이 촉박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바람직하게는 올해 중에 한일중 정상회의가 개최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아세안과 G20을 계기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논의할지와 관련해선 "일본 정부가 우리에게 아세안 관련 회의에서 오염수 논의에 대해서 논의가 되거나 공동 문안을 발표 준비 중이란 이야기를 해오거나 우리가 들은 바가 없다"며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