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재는 시즌 초반 타석에 설 기회가 부족했다. 김민성, 정주현 등과 2루수 주전 경쟁에서 밀려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대주자로 나설 때면 빠른 발을 앞세워 차곡차곡 도루를 쌓아왔다.
6월 들어 신민재는 타격에 눈을 뜨면서 선발 출전의 기회를 잡았다. 여기에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를 갖춘 그는 뛰어난 작전 수행 능력까지 선보여 LG 염경엽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즌 중반부터 LG의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찬 것.
아직 규정 타석을 채우진 못했지만 타격감이 잔뜩 물이 오른 상태다. 올 시즌 93경기에 출전한 신민재는 타율 3할1푼2리(189타수 59안타)의 준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또 최근 주로 2번 타순에 기용되는 그는 출루율 3할6푼8리로 LG의 공격에 앞장서고 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7할1푼4리.
신민재의 진가는 루상에서 더 돋보인다. 지난달 24일 롯데전에서 1루 훔쳐 시즌 30도루를 채웠다. LG 선수가 단일 시즌 30도루 이상을 기록한 건 2013년 오지환(30도루) 이후 10년 만이다.
올 시즌 KBO 리그에서 가장 먼저 30도루를 달성하면서 도루 1위를 굳게 지켰다. 26개로 2위인 정수빈(두산)에 4개 차로 앞서있고, 지난 시즌 도루왕인 박찬호(KIA·22개)와 격차는 무려 8개다.
현재 페이스대로 라면 올 시즌 신민재가 도루왕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2010년 이대형(66도루) SPOTV 해설위원 이후 13년 만의 'LG 출신' 도루왕의 탄생을 기대할 만하다.
선수에게 개인 타이틀 수상은 큰 동기부여가 된다. 염 감독은 "우리 팀에서 개인 타이틀을 수상하는 선수가 한 명이라도 더 나오는 게 좋다"면서 "그게 우리 팀의 가치고, 선수들의 가치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민재는 올 시즌 골든글러브 2루수 부문에서도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힌다. 타율 공동 5위(3할2푼5리), 도루 공동 3위(22개)로 활약 중인 김혜성(키움)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타율은 김혜성이 더 높지만, 도루 부문에서는 신민재가 앞서고 있다. 그런데 신민재는 시즌 초반 출전 기회가 적었던 탓에 아직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하면 골든글러브 수상 후보에 오를 수 없다. 하지만 도루왕 타이틀을 거머쥐면 가능한 일이다. 염 감독이 신민재의 도루왕 수상을 간절히 바라는 이유다.
LG의 2루수 골든글러브 계보는 1994년 박종호 이후 멈췄다. 신민재가 뒤를 잇길 바란 염 감독은 "각자 목표한 걸 달성하기 위해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만큼 (신민재가) 골든글러브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