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빈은 올 시즌 두산의 토종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18경기에 선발 등판해 10승 6패 평균자책점 2.74로 활약 중이다. 지난 25일 잠실 SSG전에서는 무려 8이닝 동안 무실점 호투를 펼쳐 데뷔 첫 시즌 10승째를 달성했다.
하지만 유독 LG에겐 약한 모습을 보였다. LG와 앞선 3차례 맞대결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6.14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곽빈의 9개 구단 상대 평균자책점 역시 LG전에서 가장 높았다.
지난 4월 15일 LG와 시즌 첫 맞대결에서는 7⅓이닝 3실점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5월 7일 경기에서는 1⅓이닝 만에 6실점을 내준 뒤 허리 통증을 호소해 조기 강판됐다. 이후 곽빈은 허리 염좌 판정을 받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같은 홈 구장을 쓰는 두 팀의 맞대결은 '잠실 더비'라 불리며 매 경기 팬들의 많은 관심을 모은다. 게다가 어린이날 시리즈에 배정된 5월 7일 경기는 자존심을 건 뜨거운 승부가 예상됐다.
하지만 두산은 곽빈의 부진과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무려 10점 차로 패하는 굴욕을 맛봤다. 이에 곽빈은 경기 후 SNS를 통해 팬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한 바 있다.
곽빈은 절치부심하며 회복에 전념했다. 그 결과 복귀전이었던 6월11일 KIA전부터 무려 5경기 연속으로 승리를 수확하며 불을 뿜었다. 특히 6월 17일에는 그동안 고전했던 LG전(6이닝 2실점)에서 팀의 승리를 이끌며 설욕에 성공했다.
하지만 뒷문이 헐거웠던 탓에 아쉽게 승리를 놓쳤다. 1 대 0으로 앞선 6회까지 실점 없이 잘 던진 뒤 교체됐는데 2 대 0으로 리드를 점한 8회말 홍건희가 2실점으로 동점을 허용해 승리 투수 요건이 사라졌다.
경기 전 두산 이승엽 감독은 올 시즌 곽빈이 LG를 상대로 고전한 데 대해 "과거이지 않습니까"라며 개의치 않았다. 이어 "(곽)빈이가 아시안게임에 가기 전까지 뛸 수 있는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매 경기 승리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최근 눈부신 활약을 보여준 곽빈은 자신감을 되찾은 모습이다. 이 감독은 "속마음은 알 수 없지만 투수 코치를 통해 빈이의 멘털이 좋아졌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직전 경기에서 좋은 피칭을 보여줬으니 아시안게임에 가기 전까지 더 많은 승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바람대로 곽빈은 이날 경기에서도 좋은 활약을 이어갔다. 4회까지 볼넷 4개만 내주고 노히트 행진을 달렸다. 5회에는 안타와 볼넷을 1개씩 내주는 등 1사 2, 3루에 몰렸지만 홍창기를 뜬공, 신민재를 땅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이후 6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은 뒤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투구수가 무려 112개에 달할 정도로 역투를 펼쳤다. 직구가 40개로 가장 비중이 높았고, 최고 구속은 152km를 기록했다. 슬라이더 36개, 커브 29개, 체인지업 7개 등 변화구도 고루 던졌다.
타선도 곽빈의 호투에 응답했다. 0 대 0으로 팽팽하던 6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양석환이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날린 뒤 김재환의 적시타가 터져 앞서갔다. 계속된 8회초 1사 2, 3루에서는 김재호의 뜬공 때 3루 주자 김재호가 홈으로 들어와 2점 차 리드를 만들었다.
오스틴이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바뀐 투수 홍건희의 2구째 시속 147km 직구를 받아쳐 비거리 125m 짜리 1점 홈런을 날렸다. 이어 홍건희는 문보경과 오지환에게 연달아 안타를 맞은 뒤 1사 1, 3루 위기에서 정철원에게 배턴을 넘겼다.
정철원 역시 실점을 막진 못했다. 박동원이 기습 번트를 시도해 3루 주자 최승민을 홈으로 불렀다. 스코어는 2 대 2 동점이 됐고, 홍건희의 자책점은 1에서 2로 불었다.
결국 승부는 연장으로 향했는데 LG가 10회말 2사 1, 2루에서 박해민의 끝내기 적시타로 경기를 끝냈다. 두산은 LG에 2 대 3 역전패를 당했고, 곽빈은 이날 호투를 펼치고도 불운이 겹쳐 아쉽게 승리를 놓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