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정부 공세를 위해 긴급하게 단식 투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를 막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검찰 조사를 앞두고 본인의 사법리스크와 그에 따른 당 내홍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타개책도 반영된 결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즉생 각오로 민주주의 지키겠다"…비공개 최고위서 의사 밝혀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의 파괴를 막아내겠다"며 무기한 단식 돌입을 알렸다. 이 대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 항쟁을 시작하겠다"며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간담회 직후 국회 본청 앞 천막에서 흰 셔츠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차림으로 농성에 들어갔다. 단식 과정에서도 당무나 검찰 조사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단식 투쟁 결정에는 이 대표 본인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는 전날(8월30일) 저녁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고 한다. 지도부 소속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누가 아이디어를 낸 것도 아니었고 이 대표가 직접 단호하게 단식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라고 말했다.
검찰 조사 대비 전략 속내…당 '체포안' 내홍 다잡기 분석도
이 대표는 민주주의 파괴를 막기 위한 단식이라고 밝혔지만, 당 안팎에선 다양한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이 수용할 가능성이 없는 내용들을 단식 중단 조건으로 내건 배경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사죄 및 국민 중심으로의 국정운영 전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 천명과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전면적 국정쇄신과 개각을 요구했다.
우선 곧 닥칠 검찰 조사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피의자 이재명'이 아닌 '투사 이재명'으로 포토라인에 설 경우 여론에 비춰질 정치적 무게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대표가 검찰에 의해 탄압받는 이미지를 보여줄 수도 있다. 실제로 이 대표가 검찰에 출두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은 단식이 한창이거나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즈음일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오는 4일 조사를 통보했고, 이 대표 측은 오는 4~11일을 출석일로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단식으로 인해 실제 검찰 조사가 지연되거나, 설사 이 대표가 출석하더라도 조사가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장기간 단식에 들어갈 경우 회복을 위해 통상 병원에 입원하기 때문이다. 앞서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단식에 들어갔던 우원식 의원도 단식 종료 후 한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바 있다. 이 대표 조사가 계속 지연될 경우 체포동의안 표결 시기가 추석 이후로 넘어갈 수도 있다. 이 경우 체포안 표결을 둘러싼 당 내홍이 추석 밥상에 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대표에게 긍정적이다.
이 대표의 단식이 체포안 가결·부결을 두고 친명-비명 간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당내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복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당(自黨) 대표가 사즉생 각오로 투쟁하는 상황에서 이 대표로 하여금 직접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라고 촉구하는 목소리가 노골적으로 나오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비명계의 사퇴 요구 목소리에 대해 "민주당 지지자들과 당원들이 압도적으로 현재의 당 지도체제를 지지하고 있다"며 일축하기도 했다.
민주당 지지 세력이 이 대표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는 '방탄 단식'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강행했을 것"이라며 "현재 국면에서 단식 돌입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