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증거다" 외쳤지만…갑상선암 단체소송 또 패소

고리 등 원전 인근에 살다 갑상선암 걸린 주민들
1심 이어 항소심도 패소…"피폭선량 기준보다 낮다"
주민들 "정부 의뢰 연구 결과도 외면…상고할 것"

30일 오후 부산법원종합청사 앞에서 갑상선암 공동소송 시민지원단이 사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진홍 기자

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살다 갑상선암을 앓게 된 주민들이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또 패소했다.
 
부산고법 민사5부(김주호 부장판사)는 30일 원전 인근 주민 2800여명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선고 공판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고리·울진·월성·영광 등 한수원이 운영하는 원전 인근(반경 10km 또는 30km)에 5년 이상 살면서 갑상선암을 진단받고 수술한 주민 618명과 그 가족들이다.
 
이들은 원전으로 인해 장기간 방사성물질에 노출돼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며 한수원을 상대로 2015년 공동소송에 나섰다. 하지만 7년 만인 지난 2월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전신피폭선량이 공법상 구제기준(연간 1mSV)보다 낮고, 한수원이 배출한 방사성물질로 인한 환경오염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원고들이 감당할 수 있는 한도를 넘는 방사선에 피폭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주민들은 항소했지만 이날 또다시 패소했다. 판결 직후 갑상선암 공동소송 시민지원단은 기자회견을 통해 재판부를 강한 어조로 규탄하면서 즉각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원단은 "정부 의뢰로 서울대에서 19년간 진행한 원전 종사자와 주변 지역주민 역학조사 연구에 따르면 핵발전소 5km 이내 지역주민 갑상선암 발병 상대위험도는 원거리보다 2.5배 높게 나타났다"며 "환경부의 월성원전 지역주민 건강 영향 조사에서도 5km 이내 주민 77% 몸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원전 인근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은 방사성물질이 원인이라는 근거가 명확한데도 재판부는 '암 발병이 방사선 때문이라는 점을 특정하기 어렵다', '한수원이 배출한 방사성물질이 기준치 미만이다'는 이유로 한수원의 손을 들어줬다"고 지적했다.
 
월성원전 인근 주민이자 이 소송 원고인 황분희씨는 "내 몸속에 방사능이 들어있는데 한수원이나 정부는 자꾸만 기준치를 따진다. 주민들은 모든 것이 오염된 곳에 살고 있는데 괜찮다는 이야기만 한다"며 "왜 핵발전소 주변 주민들은 이렇게 큰 피해를 보며 살아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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