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우편물'까지 배달…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범죄

공기계 사용 종용하거나 모텔 감금, 나체 촬영으로 협박 사례도 접수

범죄조직이 발송한 가짜 우편물. 경찰청 제공

전화금융사기, 이른바 '보이스피싱' 범죄가 날로 진화하면서 범죄단체가 '가짜 우편물'을 만들어 배송하거나 직접 배달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30일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와 관련해 "기존에는 대량 발송 문자나 전화로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을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가짜 우편물을 피해자에게 발송하는 사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국수본에 따르면, 아직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이 경기도 소속 공공기관으로 속여 가짜 우편물을 만들어 우체국으로 발송을 시도한 사례와 한 아파트 단지에 직접 들어가 세대별 우편함에 가짜 우편물을 놓고 가는 사례가 접수됐다.

범죄조직이 개인 우편 수취함에 넣어 놓은 가짜 우편물 도착확인서. 경찰청 제공

전화 사기나 피싱 문자 등이 경찰 단속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인터넷진흥원·통신사들의 전방위적인 대책으로 사기 성공률이 떨어지자, 범죄 수법이 더욱 진화한 모양새다.

국수본은 "우편물은 수신자가 개봉 전까지 내용을 전혀 알 수 없으므로 내용물의 진위를 사전에 판별해 차단하는 것이 어렵고, 피해자에게 실제 금융·정부 기관 종사자가 공식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신뢰를 주게 되므로 범죄조직의 입장에서는 범행이 더 쉬워 이런 수법을 이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 30대 남성 피해자는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으로부터 "당신 계좌가 범행에 이용됐으니 조사를 받아다 한다"며 "앞으로 아무 것도 없는 공기계를 사서 연락하라"는 말을 듣고 공기계를 구매해 연락을 하다 1억여 원을 뺏겼다.

공기계를 이용하도록 종용하는 이유는 백신 앱과 공공기관·통신사에서 운영 중인 악성 앱 차단 기능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 20대 여성 피해자에게는 수사당국의 조사를 이유로 한 모텔로 유인해 감금해 돈을 뜯어내거나 영상통화로 나체 사진을 촬영한 뒤 협박한 사례도 접수됐다.

국수본 관계자는 "(범죄의) 큰 시나리오 자체에는 변화가 없지만, 범죄조직과 피해자를 원천 차단하는 현 대응체계의 허점을 탐색하고, 고도화된 대응·차단 체계를 회피하기 위해 오히려 보이스피싱 발생 초기의 전통적 수법이 이용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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