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혼합 복식에서 정상에 오른 서승재(삼성생명)와 채유정(인천국제공항).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는 속담이 떠오를 만큼 인고의 세월 끝에 이뤄낸 값진 결실이었다.
서승재와 채유정은 지난 27일(한국 시각) 덴마크 코펜하겐 로얄 아레나에서 벌어진 세계선수권 혼합 복식 결승전에서 정상에 올랐다. 국제 무대에서 9차례나 쓴잔을 마시게 한 세계 1위 정쓰웨이-황야충 (중국)를 10번째 도전 만에 무너뜨리고 방긋 웃었다.
채유정은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귀국 기자 회견에서 "저는 이번이 10번째인 줄 알고 '이렇게 문을 두드려도 이게 열릴 수가 없나' 생각이 들면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이어 "한계에 부딪혔다고 생각을 해서 이번엔 '마음을 편하게 즐기자'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오히려 갖고 있는 기량을 더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결승전에 대해 채유정은 "많이 붙어본 팀이기 때문에 분석을 할 때 조금 더 디테일하게 보려고 했다"면서 "우리가 잘하는 걸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뭘 잘하는지도 더 확실하게 분석했다"고 승리 비결을 밝혔다.
서승재는 "경기가 계속 있었기 때문에 솔직히 분석을 많이 못 했지만 누나(채유정)가 제 몫까지 열심히 분석을 해서 캐치했던 부분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공을 돌렸다. 이어 "결승전뿐만이 아니고 8강, 4강 다 못 이겼던 상대들인데 이번에 다 꺾고 우승했다는 게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되돌아봤다.
경기 중 위기도 있었다. 세트 스코어 1 대 1로 맞선 3세트에서 중국 조가 매섭게 추격해왔기 때문이다. 이 당시 채유정에겐 서승재의 경기 중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채유정은 "계속 (그 팀에게) 졌기 때문에 '또 이렇게 무너지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승재가 '그냥 즐겨요'라고 했다"면서 "조금 더 단단하게 마음을 먹을 수 있게 된 포인트"라고 짚었다. 이어 채유정은 "중국 선수들도 '진짜 잘했다, 수고했다'고 말해줬다. 더 영광스러웠다"고 덧붙였다.
서승재는 이 경기가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승재는 "결과가 좋지 않을 때가 많았기 때문에 속상하기도 했지만 이번을 계기로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며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아시안게임, 올림픽, 다른 오픈 대회에서도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한국 배드민턴의 세계선수권 혼합 복식 금메달은 2003년 이후 20년 만이다. 그동안 혼합 복식에 대한 우려와 걱정의 시선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채유정은 "부진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속상하지는 않았다. 묵묵히 갈 길을 갈 생각이었고 그렇게 하다 보니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우려 섞인 시선을) 속상해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런 영광스러운 결과가 있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묵묵히 응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면서 "앞으로 큰 대회가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 계속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면 힘을 얻고 더 큰 메달로 보답하겠다"고 팬들에게 전했다.
서승재 역시 "저희가 덴마크에서 경기를 했는데 늦은 시간까지 많은 응원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저희가 그 응원에 꼭 보답을 할 수 있게 돼서 큰 영광"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