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준칙' 강조하는 기재부, 지킬 수는 있나?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예산안' 사전 브리핑에서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정부는 지난해 9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개최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확정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GDP 대비 3% 이내로 제한하고 이의 구속력을 높이기 위해 재정준칙 관리 기준을 시행령이 아닌 법률 즉, 국가재정법에 명시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기재부는 '실효성 우려가 컸던 전임 문재인 정부 안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으로 마련했다'는 재정준칙을 연내 법제화를 전제로 '2024년 예산안'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24년 예산안의 내년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9%로 정부 재정준칙안의 3.0% 상한을 훌쩍 넘었다.

애초 정부가 계획했던 일정대로 지난해 재정준칙이 법제화했다면 적용 첫해부터 정부가 이를 어기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그나마 3.9%도 내년 총지출 증가율을 2.9%라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억제한 덕분이었다. 내년 총지출은 올해 638조 7천억 원보다 고작 18조 2천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추경호 부총리는 "내년 총지출 증가율을 동결 즉, 0%로 해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2%가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출을 줄이지 않는 한, 사실상 정부 역할을 포기하지 않는 한 재정준칙을 지킬 수 없다는 얘기다.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목표 2.6%도 공수표 확실시


스마트이미지 제공

내년 예산안뿐이 아니다.

정부는 강력한 재정준칙 도입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지난해 편성한 올해 예산안의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당시 추진 중이던 재정준칙에 맞췄다.

2023년 예산안의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6%로 지난해 본예산 기준 4.4%, 추경 기준 5.1%는 물론 재정준칙 상한 3.0%보다도 훨씬 낮았다.

그러나 정부의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2.6% 계획은 공수표로 끝날 게 확실시된다.

경기 부진 지속으로 국세수입이 급감하면서 올해 관리재정수지는 상반기에만 83조 원 적자를 기록했다.

하반기에 더는 관리재정수지가 악화하지 않고 상반기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올해 관리재정수지는 적자 비율은 3.7% 안팎으로 재정준칙 상한을 한참 넘어서게 된다.

기재부는 재정 건전성 지속을 위해 재정준칙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실상에 따르면 법제화해야 지키지도 못하면서 경제 상황에 맞는 탄력적인 재정 운용만 제약하는 애물단지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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